건축사들 "건축구조 설계도서, 기술사에 맡기면 부작용 커" 반발

국토부, 설계도서 작성기준 개정 추진…연내 시행
철근 누락 사태 후속조치…"정합성은 건축사 확인"
건축사 "건축-구조설계 이원화 불가…기술사 부족"
정부 "'건축구조기사' 직급 신설해 수급 부족 해결"

정부가 건축 구조분야 설계도서를 건축사가 아닌 건축구조기술사가 책임지고 작성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건축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구조 분야 설계도서 작성 주체와 책임을 구조기술사로 명시하는 내용의 '건축물 설계도서 작성기준' 훈령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구조분야 도서는 구조기술사가 작성하되 건축사 등 설계자는 다른 분야 설계도서와의 정합성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 시 건축구조기술사에게 수정을 요청하도록 했다.

이번 조치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와 건축현장 철근 누락, 이른바 '순살 아파트' 사태 등을 계기로 구조설계에 대한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에 설계 업무는 건축사가 총괄하되, 현재 건축사가 작성하고 있는 구조도면은 구조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구조기술사 등 전문가가 작성하도록 작성 주체와 책임을 명확화한다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그러나 건축사들은 즉시 반발하고 나섰다. 건축구조기술사가 전국적으로 1200여 명으로 적고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건축업계에서는 현재도 구조기술사가 구조 분야 도서 초안을 작성하면 설계를 총괄하는 건축사가 책임 지고 꼼꼼하게 도면을 완성하는 체계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모 씨는 "건축과 구조설계는 이원화가 불가하고 구조기술사 수급 부족 문제가 있다"면서 "이미 구조계산 프로그램에 의해 산출된 자료를 근거로 구조기술사사무소에서 도면을 작성하고 있는데 제출 후 검토를 하지 않으니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박모 씨는 "건축설계의 현실과 책임을 모르는 '옥상옥' 개정"이라며 "현재도 수많은 수정사항을 구조기술사와 협력해 건축사가 시공이 가능한 구조도면을 작성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제도가 적정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부터 건축구조 분리발주를 법제화하는 건축법 개정 현안이 있었던 만큼 이번 훈령 개정 역시 영역 침해라는 해석도 나왔다.

김모씨는 "국내 건축설계시장에서 전기, 통신, 소방 분리와 구조 분리로 제반 사항을 다뤄야 할 건축사의 업역이 침해받고 있다"면서 "건축물 계획 매 단계마다 구조기술사와 구조 도면 작성을 이야기해야 한다면 건축사의 설계의도 구현과 창의성을 제한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구조기술사 측에서는 이번 개정을 두고 당연한 수순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염모씨는 "세계 어느 나라나 해당 전문분야 설계또서는 그 분야 전문가가 작성한다"며 "구조도면도 구조 분야 전문가 책임 하에 도서를 착성하도록 하고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토목 분야의 구조기술사도 1500여 명 수준이지만 토목구조 도면을 다 그리고 있다"며 "현재는 건축 구조기술사들도 심각하게 부족한 설계비를 받고 있다. 이번 조치로 구조기술사도 구조 도면의 질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건축구조기술사 수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구조기사 직급을 자격을 만들어 양성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축구조기사 직급 자격을 만들어 경력이 쌓인 기사가 기술사가 될 수 있도록 트랙을 구축할 것"이라며 "기술사의 도서 작성 책임을 명확히 하는 대신 구조 분야 도서 단계에서 부실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면 건축법에 따라 처벌하게 된다. 이를 통해 부작용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오는 10월10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후 법제처 심사 등절차를 거쳐 연내 개정된 훈령을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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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