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 누락, 복지 사각' 무적자, 50여년 만에 이름 얻어

법원, 성(姓)·본(本) 창설 허가

출생 신고가 되지 않아 교육·의료 등 복지 혜택을 받지 못했던 무적자가 50여년 만에 새로운 성(姓)과 본(本)을 얻게 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가정법원 가사4단독 김용민 판사는 공부상 등록이 되지 않은 무적자 A씨가 청구한 '성과 본 창설 허가'를 인용했다.



A씨가 청구한 대로 전남 영광을 본으로 한 이(李)씨 성을 갖도록 허가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인정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50여 년동안 행정 서류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A씨는 앞으로 가족관계 등록 신청 이후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다.

이씨는 서울에서 태어나 쭉 나고 자랐다고 주장했지만 부모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아 가족관계 미등록자, 무적자로 50여년을 살아왔다. 자신의 정확한 생년월일도 모른다.

행정 서류에는 존재하지 않는 탓에 의무교육,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고 각종 법적 보호에서 배제된 채 살았다.

정처없이 떠돌며 살다 2012년께 영광 한 마을에 터를 잡았고 주민들의 허드렛일을 도우며 생계를 꾸렸다.

앞서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이씨를 돕고자 2019년 광주가정법원에 한 차례 성과 본 창설 허가를 청구했지만 '국내 체류 경위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기각됐다.

운전면허도 취득할 수 없었던 이씨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적발, 수사·재판 과정에서 '성명불상' 또는 평소 별명으로 불리우기도 했다. 국가로부터 일평생 법적·제도적 보호는 받지 못했지만 형사 처벌은 받았다.

이를 계기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의 지원으로 지난 4월 성과 본 창설 허가를 재신청, 50여 년 만에 한국인으로서 새 삶을 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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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