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압승 한동훈, '김건희 문제' 해결 드라이브…'3대 요구' 작심 발언

한, 인적 쇄신·활동 중단·의혹 규명 협조 등 요구
텃밭 사수 근거로 독대 앞두고 압박 강도 높여
첫째, 둘째, 셋째 번호까지 붙여 대통령실에 요구
"국민 우려 반드시 해소해야…마지막 기회"
윤·한 독대때 강하게 요구…친한계 "같이 살자는 것 "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공식 석상에서 대통령실을 향해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을 재차 촉구했다. 선거 전부터 김 여사를 겨냥해 발언 수위를 높여왔는데, 선거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작심 발언에 나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를 앞두고 수평적 당정 관계를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으로도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와 관련된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 규명을 위한 적극적인 협조 등 세 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첫째, 둘째, 셋째 이렇게 번호까지 붙이면서 발언했다.

그는 "첫째,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은 반드시 그리고 시급하게 필요하다. 둘째, 김 여사가 대선 당시 약속한대로 대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셋째,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하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여사와 관련한 일들로 모든 정치 이슈가 덮이는 게 반복되면서 정부의 개혁 추진이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이번에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한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김 여사 문제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혀왔다. 이번처럼 회의 모두발언에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10·16 재보선에서 텃밭을 사수한 것을 근거로 당정 관계에서 자신의 입지를 더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친한(친한동훈)계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같은 자리에서 "야당의 단일화로 인해 박빙이 예상된 부산 금정과 여권 분열로 힘든 인천 강화에서 유권자는 국민의힘에 마지막 기회를 줬다"고 말하며 호응했다.

김 최고위원은 "김대남·명태균 파동으로 상징되는 김 여사 논란과 지금도 진행 중인 의정 갈등을 국민의힘이 책임지고 해결하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조만간 있을 윤 대통령과 독대에서 김 여사 문제에 대한 해결을 강도 높게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핵심 의제로 올리고자 친한계도 압박 강도를 높이는 중이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승리에 관한 질문에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에 대해 결이 다르게 말한 부분이 먹혔다고 본다"고 답했다.

서 사무총장은 "한 대표가 혼자 살려고 저러겠나. 같이 살자는 것 아닌가"라며 "(이번 선거 결과는) 정리하고 쇄신하라, 변화하라,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가라 이 말 아닌가. 전 그렇게 받아들인다"고 부연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같은 날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재명 방탄은 비판하면서 김 여사 방탄을 자처한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나. 내로남불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당내 일부는 선거를 앞두고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얘기했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았다"며 "부산 금정에서 지난 총선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으니 보수층은 한 대표의 차별화 전략을 분열의 획책으로 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에 대한 해결을 적극 요구한 것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를 민심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것으로 부풀려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원조 친윤'으로 불리는 권성동 의원은 이날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나와 "이번 (재보선은) 총선이 끝난 후에 지방행정기관의 수장을 뽑는 선거였기 때문에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는) 상황이 다르지 않나"라고 언급했다.

권 의원은 "한 대표나 그 측근들은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라며 "공개적인 비판보다는 직접 만나서 설득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아니었겠느냐"라고 했다.

친윤계인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같은 날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한 대표의 야당 같은 발언, 민주당 같은 발언이 계속될 때 오히려 보궐 선거 이후 당정이 더 시끄러워질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한 대표의 리더십도 흔들릴 수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한 한 대표 측의 고민이 깊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윤계로 불리는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 자기가 잘해서 부산 금정에서 이겼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김 여사 문제를 강하게 얘기하면서 다시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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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