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찔린 노점상은 말기 암 환자, 지병 치료 도중 숨져
검찰 "범행 탓, 제때 암 치료 못 받아 사망" 살인죄 주장
법원은 "범행과 사망 간 인과관계 불명확…미수만 인정"
일면식도 없는 노점상에게 다짜고짜 흉기를 휘두른 60대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말기 암 환자였던 노점상은 흉기에 찔린 이후 범행 한 달여 만에 숨져 검찰은 살인 혐의 적용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살인미수 혐의만 인정했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고상영 부장판사)는 18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남모(69)씨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5년을 명했다.
남씨는 올해 5월6일 오전 9시께 전남 영광군 영광읍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과일을 팔던 60대 노점상 A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조현병 증상이 있던 남씨는 전혀 모르는 사이인 A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르고 흉기가 부러지자, 마구 때리기도 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말기 간암 증상이 악화하면서 한 달여 만에 숨졌다.
검찰은 남씨의 범행으로 흉기에 찔린 A씨가 제때 암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며 살인미수가 아닌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대법원의 '김밥·콜라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해당 판례는 1993년 조직폭력배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피해자가 급성신부전증을 앓다가 콜라와 김밥 등을 함부로 먹은 탓에 체내 수분저류 등 합병증으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이 "흉기로 찌른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판례다.
그러나 재판부는 남씨의 범행과 A씨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치 않다며 살인미수 혐의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간암이 악화된 상황이었지만 범행 이후 호전 소견을 보여 중환자실에서 입원실로 옮긴 사실이 있는 점, 당시 의료진의 판단이 '범행 전 치료 과정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한 점을 고려하면 범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남씨가 '자신의 아버지를 괴롭힌다'는 망상에 시달리다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여러 차례 흉기로 찔러 숨진 A씨가 큰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을 정당화하고 반성하지 않는 모습 등을 고려하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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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