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잇단 지적 '尹 명예훼손 공소장'…유죄 입증과 무관 여부 쟁점

尹 명예훼손 재판부, 수차례 검찰 공소장 지적
'유죄 입증과 무관한 것 많아'…석명준비명령도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보도' 사건 공소장이 법정에서 지속해서 지적받고 있다. 범행 동기 부분이 장황하고, 범죄 혐의가 특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검찰이 한 차례 공소장을 변경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재판부 판단인 만큼 향후 재판에서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에 유죄의 예단을 갖게 할 수 있는 혐의와 무관한 사실을 적어서는 안 된다는 형사소송 규칙인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공소 기각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가운데, 검찰 공소장이 재차 변경될지 관심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전날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등 4명의 2차 공판에서도 검찰의 공소장에 대해 "변경된 공소장을 봐도 갸우뚱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동기 부분은 굉장히 자세하게 적고도 정작 기소 핵심인 허위사실은 명확하게 특정하지 않았다고 해석됐다"고도 했다. 피고인들의 유죄를 입증하는 것과 무관한 정황들이 많아 공소장 일본주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앞서 재판부는 세 차례의 공판준비기일과 이후 첫 공판에서 검찰 공소장에 문제가 있다며 지속적으로 공소장 변경을 요구해왔다. 검찰이 한 차례 공소장을 변경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지난 2일 검찰 측에 공소장 변경 및 보완을 요청하는 석명준비명령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공소사실에 앞서 사건의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허위사실을 특정해 달라'는 재판부의 석명준비명령에도 '기사 속 개별 문구가 결합해 윤 대통령의 허위사실을 드러낸다. 구체적 문구 특정은 상당히 곤란하다'는 취지로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여부가 향후 재판 과정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다고 판단한다면 공소제기가 법률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할 수 있다.

현직 부장검사는 "동기나 경위사실은 공소장이 아닌 재판 과정에서 현출하고 입증하면 될 일"이라며 "공소장은 간단히 구체적 범죄 행위와 공범들 간 공모 관계만 밝히면 된다"고 지적했다.

법원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지적이 나왔다. 황정수 남부지방법원장은 관련 질의에 "솔직히 얘기해서 일종의 편법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검찰도 나름의 입장이 있겠지만, 바람직한 방향은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 취지를 잘 살려서 소송에 응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차후 문제는 판사들이 이 부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논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법원에서 한 번만 공소기각 판결을 해주면 검찰에서 알아서 공소장 일본주의를 지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김정중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와 관련해)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형사재판부 판사들과 논의할 수 있는 장을 조성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검찰은 공소장 추가 변경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공소사실로도 기사의 어느 부분이 허위사실인지 특정되는 걸로 보이지만, 재판부 입장도 잘 경청해서 검토할 예정"이라며 "향후 있을 증인신문 등 재판 과정에서 공소사실을 충분히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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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