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관련 노하우 영업비밀로 판단해 기소한 최초 사례
유명 여론조사 업체의 영업비밀을 빼내 동종 업체에 취직한 직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29일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박경택)는 A여론조사 업체의 전 전국총괄실사실장 B씨와 전 지방실사팀장 C씨를 부정경쟁방지법위반(영업비밀누설 등),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두 사람은 모두 여성으로 B씨는 A사에서 20년을, C씨는 13년을 각각 근무했다. 지금은 모두 다른 여론조사 업체 간부로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씨 등은 A사에서 수십 년간 여론조사를 하며 형성해 온 핵심 영업비밀인 '여론조사 비용에 관한 자료, 면접원 관리 자료' 등을 개인 USB에 담아 유출해 A사에게 불상액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은 2021년 A사가 경찰에 고소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수원지검은 지난해 9월 사건을 넘겨받고 A사 조사 및 유출자료 분석, 피고인 조사 등을 진행한 뒤 B씨 등을 재판에 넘기게 됐다.
B씨 등이 빼돌린 여론조사 비용 관련 자료는 면접원 수당 등 조사경비 일체가 적힌 경영상 주요 영업정보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입찰에서 입찰가는 평가 기준의 20%를 차지하는데 해당 비용이 유출된 것은 제조업체에서 제조원가가 유출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여론조사 면접원 관련 DB자료 역시 공정성 있는 여론조사를 위해 면접원의 숙련도 향상과 효율적 관리 방법, 다양한 분야의 여론조사에 대한 체계적 기획 방안 등 각종 노하우가 적힌 A사의 핵심 자료인 것으로 파악됐다.
숙련된 면접원의 경우 응답자의 협조를 잘 끌어내고 돌발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 여론조사 업체의 중요한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검찰은 면접원 관련 DB가 경쟁 업체에 유출될 경우 긴급하게 실시되는 여론조사 수주 경쟁에서 A사가 상위 등급 면접원을 확보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이번 사건은 지식·정보 제공 분야인 여론조사 업체의 핵심 노하우 유출 행위를 부정경쟁방지법위반으로 기소한 최초 사례다.
검찰은 "여론조사 시장에서 장기간 신뢰도를 쌓고 검증된 업체의 노하우를 빼돌려 설립한 업체가 부실한 여론조사를 통해 민심을 왜곡할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해 정보제공 서비스 분야까지 영업비밀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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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