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장제원이 무슨 윤핵관이 되겠나"
김종인 "尹과 가깝다고 자기 기능 초과 마"
이준석, 장제원 겨냥 "부산 벗어나지 마라"
장제원 "모욕적 인신공격에 할 말 없겠나"
국민의힘이 선대위 내분 사태의 진원지인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후보측 핵심 관계자)의 늪에 빠져 내홍만 심화되고 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그립을 강하게 잡고 선대위 기강잡기에 나섰지만, '윤핵관'을 둘러싼 이준석 대표와 장제원 의원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내홍이 심화하고 있다. 선대위 주도권을 놓고 권력투쟁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은 소위 '윤핵관'을 놓고 정반대 시각을 드러냈다.
이준석 당대표는 23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윤핵관'에 대해 "선대위 조직도에 없는 사람이라서 문제"라며 "(그 사람은)부산을 벗어나면 안 된다. 부산을 벗어나면 전 국민이 제보해야 한다"며 윤 후보의 최측근인 장제원 의원에 견제구를 날렸다.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선대위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장 의원이 여전히 '윤핵관'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불신을 내비친 것이다.
이 대표는 KBS라디오에도 출연해 얼마 전 선대위를 공개 비판한 장 의원의 글을 두고 "전혀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장제원 의원께서 저도 모르는 얘기를 내놓기 시작한다. 장제원 의원께서 굉장히 정보력이 좋으시거나 아니면 핵심 관계자임을 선언하신 것"이라며 "선대위 내에 아무도 모르는 내용들을 그렇게 했다는 건 무슨 정치장교인가"라고 따졌다.
이에 장제원 의원은 "참고 또 참겠다"는 무대응 기조로 대응했다. 장 의원은 SNS에 "대응하지 않겠다"며 "지금은 오로지 정권교체와 윤석열 후보만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라고 썼다. 이어 "모욕적 인신공격에 대해 왜 할 말이 없겠는가. 그러나, 대선을 70여일 앞 둔 엄중한 시기에 당이 진흙탕 싸움에만 빠져있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릴 수는 없다"며 "민주당만 이로울 뿐"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감정적인 인신공격에 대해서 대응하면 진흙탕 싸움 밖에 안 된다"며 "윤핵관의 실체가 무엇인가? 익명의 뒤에서 비판한다? 제가 익명의 뒤에서 비판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당 일각에선 '윤핵관'의 실체를 부정하는 견해도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라디오에서 "제가 보기에 윤핵관이라는 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소수"라며 "그렇게 지목하고 주장하면서 저 사람들이 없어져야 당이 잘 된다고 지목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과연 당내에 몇 명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김 최고위원은 또 윤핵관에 대해 "실체가 별로 없다고 본다"면서 "빈집에 들어가서 도깨비 봤다고 소리치고 나오는 것과 똑같다"고 비유했다.
김은혜 의원도 CBS라디오에서 "윤핵관이라는 분들이 누구인지 모르겠는데 그런 분이 있었다면 지금 이번 일로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에게 일임을 하면서 선대위 운영을 해달라 전권을 부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선대위 내분 사태의 원인으로 '윤핵관'을 지목하는 자체가 책임 전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조해진 의원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선대위가 기대만큼 잘 안 돌아가고 후보 지지율이 다시 정체 현상을 보이고 이런 것들이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그걸 특정한 하나의 문제에 집중시켜서 그것 때문이라고 책임 전가하는 것 자체가 문제진단이 잘못됐고 옳지 않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특히 그 사람이 적절한 위치에 있지 못한다고 한다면 역할 조정은 필요하지만, 그 사람들만 빼면 문제가 해결될 거야 이런 식의 접근 방식은 정말 잘못됐다"면서 "잘못하면 그게 국민들 눈에 정치투쟁이나 내부 권력 암투, 적전분열이나 자중지란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식의 접근 방식은 주의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소위 '윤핵관'을 놓고 엇갈린 시각을 보였다.
김종일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당 선대위 회의에서 "지금 경선이 끝나고 우리가 대통령으로 당선시켜야 한다는 목표에 대해서는 모두가 한목소리로 선대위로 나가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고 어떤 사람은 나는 후보와 개인적으로 가까우니까 내 나름대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이 있는 것 같다"며 "각자 지금 맡은 바 임무 이외에 자기 기능을 발휘하려고 했기 때문에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선 후보와 가깝다고 자기 기능을 초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를 두고 직접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소위 '윤핵관'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에 대한 경고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이 대표의 선대위 사퇴 기폭제가 된 '윤핵관' 세력에 대해 불만을 담아 뼈있는 메시지로 볼 수도 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이날 호남 일정에 동행한 기자들에게 '윤핵관'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윤 후보는 "장제원 의원이 윤핵관인지 여러분이 한번 물어보십시오"라며 "장제원 의원은 선대위에서 사실상 '국민캠프'부터 상황실장을 그만 두고 아예 출근도 하지 않고 주변에 아예 같이, 그야말로 중앙선대위에서 일하는 사람도 없고 그런 입장인데 무슨 윤핵관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같이 윤 후보와 김 위원장부터 상반된 견해를 내놓자, '윤핵관'이 생각보다 쉽게 풀기 힘든 난제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선 기간 내내 국민의힘의 발목을 붙잡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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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