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격사면에…'수사팀장' 尹 고심
朴 "文대통령 감사…치료전념" 원론에도
TK·전통적 지지층에 영향 유의미 평가
권성동·임태희 필두로 '친이' 선대위에
"조직 안 따라와…친박 넣어야" 주장도
김종인은 "대선 영향 크게 없다" 일축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4년9개월 만에 전격 사면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의 세력 재조정 가능성이 주목된다.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후보 입장에서는 악연인 박 전 대통령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선대위에 친박 인사를 수혈해 우호적인 보수 표심을 끌어당길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 특별한 정치적 메시지를 내지 않은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은 24일 변호인를 통해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사면을 결정해주신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당국에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며 "치료에 전념해 빠른 시일 내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게 하겠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당분간 침묵 행보이어가더라도 보수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정치적 의미를 가진다는 분석이다. 박 전 대통령은 연고인 대구·경북(TK) 지역을 중심으로 전통적 보수 지지층 표심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친이'계 위주라고 평가받는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재편성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선대위 개편은 없다'고 못 박은 상태에서 친이계인 임태희 종합상황본부장을 통한 의사결정 일원화를 결정한 상태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24일에도 "(박 전 대통령 사면이) 크게 대선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권성동 종합지원총괄본부장과 임태희 종합상황본부장을 비롯해 주호영 조직총괄본부장, 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 박진 글로벌비전위원장, 윤한홍 당무지원본부장, 정태근 정무대응실장, 김은혜 공보단장 등이 모두 이명박 정부에서 일했거나 친이계로 분류됐던 인사들이다.
옛 '친박' 계열 인사는 권영세 총괄특보단장과 김재원 당 최고위원, 윤재옥 후보전략자문위원장, 김진태 이재명비리검증특별위원장 등 정도로 비교적 인력풀이 얇다는 평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최근 배우자 김건희씨 의혹과 이준석 대표의 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 등으로 맞이한 지지율 위기 국면을 장기화하지 않으려면 박 전 대통령 지지층에 손을 내밀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합동으로 조사해 23일 발표한 12월 넷째주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5%, 윤 후보는 29%를 기록했다. 윤 후보 TK 지지율은 전주 대비 12%p 하락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친박계가 사실 여전히 당내에서, 특히 지역 단위로 내려가면 수적으로 주력"이라고 분석하며 "중앙당에 친박계가 거의 없기 때문에 윤 후보와 김종인 위원장은 친이계 중심으로 끌고 갈 건데, 손발이 되는 하부조직이 안 따라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 사면으로 인한 지지율) 타격을 최소화하려면 박 전 대통령 사면을 환영하고 나서면서 선대위에 친박계를 좀 포함을 시켜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실제로 '친이 위주 중앙선대위'에 반발하는 취지로 외곽으로 이동한 친박 성향의 하부 선거조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다른 전문가는 "박 전 대통령 사면이 윤 후보 지지율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정부가) 의도했든 안 했든, (박 전 대통령 사면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TK 지지율 제고를 측면 지원하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그룹 일각은 2016년 박영수 특검팀에 참여했고 이후 '적폐청산' 수사를 이끌었던 윤 후보에게 비판적이다. 다만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을 실제로 직접 수사하고 기소했던 것은 아니다. 윤 후보는 당시 특검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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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