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토론 나와" vs 윤석열 "싸움만 돼"…李·尹 신경전

이재명 "김종인·이준석 뒤로 피하지 말라…얼굴맞대고 논쟁하자"
송영길 "TV토론 회피하고 자기 부인도 공개 안해…참 이해 안돼"
윤석열 "국민의힘 경선 16번 했지만, 그 토론 누가 보셨나" 반문
국민의힘 "언제든 토론은 환영하나 격이 맞아야 할 것" 선긋기

대선을 불과 70여 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토론회를 놓고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 후보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토론를 하자고 윤 후보에게 잇따라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윤 후보는 '토론 무용론'을 제기하며 거부하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와 민주당은 윤 후보를 토론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성남 시장과 경기도 지사를 지낸 이 후보가 정책 능력에서 검사 출신인 윤 후보에 비해 월등히 우위에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토론을 통해 윤 후보와의 확실한 경쟁력 차이를 보여줘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의도도 깔려있는 듯하다. 윤 후보의 대선 출마 명분인 '공정'에 역행하는 부인 김건희 씨와 장모 최은순씨의 각종 의혹을 집중 추궁해 지지층 이반을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후보는 수차례 윤 후보에게 일대일 정책 토론을 제안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1일 "윤 후보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뒤에 또는 이준석 대표 뒤쪽으로 자꾸 피하지 말고 본인이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나왔으니 저하고 맞대고 얼굴 보고 서로 논쟁도 주고받고 국민에게 어떤 차이가 있는지 누가 과연 이 나라 미래 담당할만한지 한 번 보여드리면 좋겠다는 생각 들어서 같이 뵐 기회를 자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제가 언론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윤 후보는 법정토론 이외에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이유를 대기는 했는데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도 촉구했다.

그는 "제 문제가 있다면 제 면전에서 지적하고 제게 반론 기회를 주고 또 저도 후보께 질문할 것도 있으니 질문에 답도 해주고 하는게 국민의 일을 대신하는 일꾼이 되겠다는 사람의, 후보의 아주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피할 필요가 없지 않냐. 다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선거운동 기간에 법정토론만 하겠다는 말은 거둬주기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고 압박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회의에서 윤 후보가 토론을 거부하는 선거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대선 법정토론을 현행 3회에서 7회로 늘리는 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많은 이익단체, 직능단체들이 대통령 후보의 견해를 듣고 싶어 초청 토론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재명 후보는 항상 토론에 응하겠다고 답하고 있다"며 "그런데 윤 후보는 거의 초청에 응하지 않고 TV토론이나 각종 공개 토론에 나오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참 이상한 일이다. 압도적인 지지도 차이가 있는 후보라고 한다면 선거 전략상 TV토론에 안 나온다고 그럴 수 있는데 윤 후보는 이 후보와 거의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떨어질 때도 있는 판이다"고 지적했다.

송 후보는 "그럴수록 적극 나서서 국민에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 아니냐"며 "그런데 TV토론을 회피하고 자기 부인도 공개 안하고 국민 앞에 후보의 무엇을 보고 찍어달라고 그러는지 참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법정 선거 TV토론이 3회로 한정돼 있다"며 "윤 후보 캠프 전략은 공식 선거운동 들어간 21일 동안 3회 TV토론만 하겠다는 것 아니냐. 이래 가지고 어떻게 되겠느냐. 그래서 이 법을 최소 7회 이상으로 법정 토론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가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양자토론과 관련해 "토론을 하면 또 서로 공격 방어를 하게 되고 자기 생각을 제대로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굳이 이 후보가 먼저 제안한 토론의 장에 끌려나가 기회를 줄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정책적 준비가 부족한데다 말실수가 잦은 탓에 자칫 공개 토론회에서 실점을 할 우려도 있다.

윤 후보는 이날 경제분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한 진행자로부터 "이재명 후보와 경제 정책에 대해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토론을 하실 수 있는 그런 시간을 한번 주시라"고 요청하자 이같이 답했다.

윤 후보는 "실제 해보니까 자기의 생각을 얘기하고 그거를 우리 시청자들이나 전문가들이 보고 스스로 판단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며 "그런 기회가 많아야 되지, 이게 토론을 하게 되면 결국은 이게 싸움밖에 안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볼 때는 국민들 입장에서 봤을 때 그래도 이 나라의 공적인 정부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뽑는데 그 사람의 어떤 사고방식이나 이런 것을 검증해 나가는데, 저는 이 토론이라는 게 이렇게 정책 토론을 많이 한다는 게 별로 그렇게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그러면서 "국민의힘 경선 16번 했지만, 그 토론 뭐 누가 많이 보셨나요?"라고 반문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재명 후보와의 토론 대결이 정책 검증 대신 비방전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하에 나온 것이다. 윤 후보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인신공격 등 치열한 네거티브 공방으로 곤혹을 치른 점도 토론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국민의힘 경선 토론 자체가 민주당에 비해 횟수는 많았지만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만큼 윤 후보의 위 발언은 모순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윤 후보가 경선이 끝난 후 한동안 컨벤션 효과를 누렸던 이유도 경선의 성공요인으로 꼽혔던 TV토론이 상당부분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일각에선 윤 후보가 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지 한 달 이상 지났지만, 아직까지 대표적인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정책 능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후보가 달변가인 만큼 윤 후보로선 정책토론에 부담감이 따를 수밖에 없고, 이를 토론에 대한 불신감으로 대신 피력하면서 당분간 이 후보와의 일대일 토론을 늦추려는 전략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편 국민의힘은 일대일 토론을 요청하는 민주당을 향해 이 후보의 "기본소득 철회, 국토보유세 포기, 부동산공약 뒤집기, 탈원전 정책 포장하기"를 거론하면서 "자고 일어나면 공약이 바뀌는 후보와 무슨 토론을 할 수 있냐"고 맞받았다.

장순칠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에서 "토론 중에 불리하면 '철회한다 했더니 진짜 철회한 줄 알더라' 이런 얘기나 늘어놓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국민께 예의가 아니다"라며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토론 때문에 지지율 떨어지자 코로나 핑계 대고 토론을 취소시켜서 당원과 타후보 측에 항의받은 분 아닌가"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국민의힘 경선 본선에서만 맞짱토론을 포함해 4명이 참여하는 토론을 10여차례 했다. 언제든 토론은 환영한다"며 "그러나 토론도 격이 맞아야 할 수 있다. 아침저녁으로 입장이 바뀌고, 유불리 따지며 이말 저말 다하고 아무말이나 지어내는 후보 얘기를 굳이 국민 앞에서 함께 들어줘야 하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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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