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안 빌려줘서"…행인 살해 30대 징역 20년에 쌍방 항소

1심 직후 검찰, 피고인 쌍방 항소
"사람들이 무시한다" 생각에 범행
무기징역 구형…1심은 징역 20년

"1000원만 빌려달라"고 했다가 거절 당하자 처음 보는 행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 받은 30대 남성이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검찰 측도 재판부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A(39)씨 측은 지난 27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결심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한 검찰은 지난 23일 항소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윤경아)는 지난 22일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0년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5월4일 저녁 7시께 서울 천호동의 한 주택가에서 지나가던 남성의 가슴과 목 등을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비를 맞으면서 걷고 있는데 아무도 자신에게 우산을 씌워주지 않자 무시 당했다는 생각에 집에서 흉기를 들고 나와 범행 대상을 물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64)씨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피해자를 살해할 명분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B씨에게 "아저씨, 1000원만 빌려주실 수 있어요?"라고 3차례에 걸쳐 물었다.

A씨는 B씨에게 거절 당한 직후 바지 주머니에 있던 흉기를 꺼내 10여회에 걸쳐 B씨를 찔렀다고 한다. 그는 이후 어머니에게 전화해 "내가 어떤 아저씨를 다치게 했다, 신고해야 하나"라고 물은 뒤 그러라는 대답을 듣자 경찰에 신고, 자수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특별한 이유 없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갑작스런 범행에 대해선 대처가 어려워 사회적으로 불안감을 야기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A씨가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과거 정신질환 진단을 받고 통원치료를 받아온 점, 모친이 유족을 위해 3000만원을 공탁한 점 등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한편, 피해자 유족 측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은 지난 29일 "2021년 5월4일에 일어난 XX(천호)동 묻지마 살인의 유가족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국민청원 게시물을 올려 A씨의 엄벌을 촉구했다.

B씨의 아들이라고 밝힌 이 누리꾼은 "일면식도 없던 우리 아버지를 14번이나 찔러 죽게 만든 피의자에게 20년 선고는 너무나 가벼운 형량이란 생각만 든다. 초범이라서, 조현병을 앓고 있어서, 약물복용 중이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로 감형이 된 게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또 "살인자는 사람을 그렇게 잔인하게 죽여놓고 본인 생명은 소중하게 생각하며 저희가 허락하지 않는 공탁금 신청을 했다"며 "20년 선고에 감사하지 못하고 감형을 받고자 항소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살인자는 세상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살인자를 사형에 처해 아버지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도록 저희를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 허 균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