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방사 부지 빠졌다"…'호언장담' 서울 1.5만 가구 공급 '삐걱'

4차 공공분양 사전청약서 수방사 신혼희망타운 제외
마포 운전면허시험장·용산 캠프킴·태릉 골프장 '깜깜'
정부의 일방적 추진 '한계'…"충분한 사전 협의 필요"

정부가 급등한 집값 안정화를 위해 공언한 공공 주택공급이 시작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서울(1만5000가구)과 수도권에 총 13만2000가구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에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한강뷰 신혼집'으로 관심이 쏠렸던 서울 동작구 수방사(수도방위사령부) 부지가 4차 사전청약에서 사라졌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4월 수방사 부지를 4차 사전청약 공급 대상지로 예고한 바 있다. 당시 서울에서 처음이자 유일한 신혼희망타운 물량이자, 서울 지하철 9호선 노들역과 가깝고, 한강까지 조망할 수 있는 등 좋은 입지 여건으로 신혼부부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9일 내놓은 4차 사전청약 입주자 모집공고에는 사전 예고된 수방사 부지가 빠지고, 대신 영등포구 대방 부지가 포함됐다. 공급 물량도 150여 가구에서 115가구로 줄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관계기관 협의 및 인허가절차 등을 고려해 동작구 수방사 부지를 같은 서울 내 위치한 서울 대방 부지로 대체한다"고 해명했다. 아직 국방부와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올해 말이나 4분기에 사전청약을 다시 추진할 예정이다.

비단 공공주택 공급 차질은 수방사 부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유휴지에 아파트를 공급하려던 정부의 계획이 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별다른 진전이 없다.

국토부는 지난 2020년 8·4대책을 통해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아파트 4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과밀화를 우려한 과천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특히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까지 진행되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당정은 계획을 수정했다. 정부는 과천지구 등 다른 지역의 용적률을 상향하거나 용도를 변경해 43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또 마포 서부 운전면허시험장(3500가구)과 용산 캠프킴(3100가구) 등은 현재까지 지자체와 협의 중으로 별다른 진척이 없다. 또 당초 3000가구를 공급하려던 서울의료원 부지 역시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국제교류복합지구 원안 사수를 요구하며 서울의료원 용지 공공주택 건립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잠실 MICE 단지의 한가운데 있는 서울의료원 용지에 주택이 공급될 경우 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신규 택지 중 가장 규모가 큰 노원 태릉골프장(1만 가구)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노원구 주민들은 공급 축소 등을 요구하며 오승록 노원구청장에 대한 주민소환 절차를 추진하는 등 반발이 거셌다. 노원구는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태릉골프장에 공급하기로 한 가구 수를 기존 계획의 절반 수준인 5000가구로 줄여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공급 규모로 6800가구로 줄였으나, 아직까지 얼마나 공급될지 알 수 없다. 태릉골프장이 역사문화환경 보존 지역인 태릉에서 50m 떨어져 있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심의 결과에 따라 공급 물량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정책이 물량에만 치중한 나머지 지역 주민들과 사전 협의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다 혼선을 자초했다는 게 중론이다. 지자체나 지역 주민들과 별다른 논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울에 1만5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대책 추진으로 주택공급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자체나 지역 주민들과 사전에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역과 공급량에만 몰두하면서 예견된 결과를 낳고 있다"며 "관계부처와 지자체 등 이해관계자들과 사전에 충분한 의견 수렴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정부가 주택공급 대책을 세우기 전 해당 지자체나 주민과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쳐야 반발이나 혼선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주택공급이 아니라 시장 수요에 맞는 민간과 공공이 조화를 이룬 주택공급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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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