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반성"→벌금·집행유예…법무부도 "이건 아니야"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전문위원회 4차 권고안
1심 실형 9.4% 집행유예 25.8%, 벌금형 53.6%
"죄질·국민 법감정 부합하는 합리적 양형 필요"
"양형조건에 피해자 관점 요소 명시해야" 지적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전문위원회(위원회)가 대다수 성범죄 사례에서 벌금 또는 집행유예 위주의 온정적·관행적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 죄질이나 국민 법감정에 부합하는 합리적 양형이 실현돼야 한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6일 위원회는 '객관적·합리적 양형을 위한 양형조건 개정 및 성범죄 피해자 진술권 강화 등'에 관해 심의·의결하고 4차 권고안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진지한 반성', '합의'가 주된 감경 사유로 작용해 형량이 낮아지는 것에 대해 편의적·가해자 중심적이라는 등 문제제기가 계속돼 왔다"며, "디지털성범죄의 경우, 최근 발생 건수가 증가하고 피해 내용이 심각해지는 추세 및 피해의 지속성·확장성 등에도 불구하고 벌금형 위주의 온정적 처벌이 계속됨에 따라 낮은 형량이 '숨은 범죄화'에 기여한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2016~2020년 디지털성범죄 사건 중 53.6%가 1심에서 벌금형, 25.8%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실형이 선고된 건은 9.4%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형 선고 중에서도 81.7%는 10월 이하 징역에 집중돼 있었다. 특히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배포 등은 5년간 실형 선고 비율이 26%에 불과한 것으로도 집계됐다.

'박사방' 사건의 조주빈이 징역 42년형을 확정받는 등 일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소수 사건 외 대다수 성범죄 사건에선 이처럼 제대로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 판결문을 세부 검토한 결과 '피해자의 처벌 불원', '진지한 반성', '처벌전력 없음', '사회적 유대가 양호한 점' 등이 대부분 양형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위원회는 밝혔다.

위원회는 이처럼 낮은 양형이 피해자로 하여금 보복 우려을 느끼게 해 신고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시의 2019년 '서울 여성의 디지털성범죄 피해 실태 및 인식 조사' 결과, 피해자 530명 중 66%인 353명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고, 그 이유로 '처벌의 불확실성'을 꼽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위원회는 형법 제51조 양형의 조건에 ▲피해자 연령 ▲피해의 결과 및 정도 ▲피해 회복 여부 ▲처벌·양형에 관한 피해자의 의견 등 회복적 사법 및 피해자 관점의 요소가 명시되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또 공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견 진술을 통한 절차 참여가 보장돼야 하며, 이에 관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라는 내용도 권고안에 담겼다. 재판 절차가 실질적으로 가해자에 초점을 맞춰 규정돼 있는 탓에 피해자는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할 때만 증인으로 출석하는 등 당사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위원회는 이를 통한 기대효과에 대해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는 엄정한 처벌로 디지털성범죄 등 성범죄에 대한 범죄 억지력이 제고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번 권고안을 바탕으로 형사사법의 각 영역에서 피해자 권리 보호에 미흡함이 없는지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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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