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 빈소 조문…"평화·안식 기원"

文대통령, 김정숙 여사와 함께 배 여사 빈소 조문
유가협 회원들 "아픔 어루만져 주셔서 감사하다"
文, 2018년 영화 '1987' 관람 직접 초청하기도 해
2020년 6월항쟁 기념식서 국민훈장 모란장 수여

문재인 대통령은 9일 고(故)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의 빈소를 방문해 평생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고인의 넋을 기리고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배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을 방문해 조문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6월 민주항쟁의 상징인 이 열사와 아들의 못다 이룬 꿈을 이어간 배 여사의 희생과 헌신이 오늘날 민주주의를 만들었다며, 유가족과 호상(護喪)을 맡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고인의 평화와 안식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배 여사와 뜻을 같이해왔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회원들에게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냐"고 위로를 건넸고, 회원들은 문 대통령에게 "이렇게 아픔을 어루만져 주셔서 감사하다"고 답했다.

광주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배 여사는 이날 오전 향년 82세를 일기로 조선대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배 여사는 최근 지병이 악화돼 수술을 받은 뒤 귀가했지만 전날 갑자기 쓰러졌다. 이후 다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눈을 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 여사는 1987년 6월 항쟁에서 아들인 이 열사가 최루탄에 맞아 숨졌다는 것을 알고, 이후 대학생, 노동자, 농민 등의 민주화 시위·집회 현장 등에 참석하며 평생을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

1998년 유가협 회장을 맡은 배 여사는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422일 동안 국회 앞 천막 농성을 이끌었으며, 2009년에는 용산참사 투쟁에도 참여했다.

인권변호사로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 지역에서 1987년 6월 항쟁을 이끌었던 문 대통령은 지난 2020년 6월 평생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공로를 인정해 배 여사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또 지난 2018년 1월에는 6·10민주항쟁을 그린 영화 '1987' 단체 관람에 배 여사를 초청하기도 했다. 당시 배 여사는 아들을 떠나 보낸 트라우마가 재현될 것을 걱정해 관람하지는 않았지만, 문 대통령에게 '1987 이한열' 책을 선물했다.


배 여사의 장례는 '민주의 길 배은심 어머니 사회장'으로 치르기로 결정됐다.

시민사회단체의 원로들이 고문단을 맡고, 오랜 인연을 이어온 우 의원이 호상을 맡았다. 또 서울 시민 등이 고인의 넋을 기릴 수 있도록 이한열 열사 기념관 3층에 시민 분향소가 따로 마련된다.

장례는 3일장으로 진행되며 오는 11일 오전 9시 발인해 망월동 8묘역에 안장된다. 발인에 앞서 오는 10일 오후 7시 빈소에서는 고인의 삶과 민주화 투쟁 과정을 조명하는 추도의 밤이 열릴 예정이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배 여사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6월과 민주주의의 어머님, 배은심 여사님의 영면을 기원한다"고 애도하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 반드시 지켜가겠다"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저녁 빈소를 직접 방문할 예정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민주주의 회복과 발전으로 보답하겠다", "감히 넘볼수 없는 숭고한 정신과 꼿꼿함을 위리 모두에게 남기셨다"며 각각 애도의 뜻을 전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35년간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던 이한열 열사님과 하늘에서 잘 해후하시고, 그동안 못다 나눈 이야기 원없이 나누시길 바란다"는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은 사람들은 먼저 간 사람들의 삶을 대신 사는 것'이라던 그 말씀을 잊지 않고 저희들 가슴에 안고 살겠다"며 "어머님, 이제 한열이를 만나서 꼬옥 품에 안으셨겠지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고이 쉬십시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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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종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