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도발에 국민 불안과 피로감 감안한듯
합참 "北, 유엔 안보리 결의 명백히 위반"
외교부 "한미 북핵협의, 연합 방위태세 강조"
文 대통령 "국민 불안하지 않도록 부처 조치 강구"
11일 북한이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새해 들어 두번째로 발사하자 정부는 입장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 여전히 북한과 대화가 중요하다는 기조에서 '도발' 규정은 피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연초부터 거듭되는 무력시위로 인한 국민들의 피로감과 불안을 달래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및 국방부, 외교부 등 관계 부처들은 북한의 위협을 축소하고 대화 재개에 무게를 둔 기존 입장에서 상황의 엄중함을 반영하는 데 주력하는 방향으로 기운 모습을 보였다.
NSC가 표명한 "강한 유감"은 신년 첫 도발이었던 5일 당시의 "우려 표명"보다 한 발 더 나아간 표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 추진에 총력을 다해온 정부는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표현을 피해왔다.
문 대통령과 NSC가 지난해 9월15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불렀다가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산 게 대표적인 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도발 규정은 "실언"이라며 비난한 이후 정부는 줄곧 '도발' 표현을 자제해왔다. 담화 13일 뒤인 9월28일에 이어 10월19일 북한이 발사체 발사를 했지만 NSC는 각각 "유감을 표명한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함참)는 "최근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한반도는 물론 국제평화와 안전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또 북한이 직전(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보다 진전됐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위협이 커졌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 당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명시한 건 다소 이례적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란 점이 화두였지만, 관련 발언은 대체로 외교부가 했다.
외교부는 선제적으로 결의 위반을 규탄하기보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5일 발사 직후 외교부는 "원칙적으로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는 결의상 금지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외교부는 미사일 발사 관련 한미 북핵 수석대표 유선협의가 개최됐다고 신속하게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면서 양측이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확고한 연합 방위태세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한미 북핵수석 협의 결과를 알리는 보도자료에 '한미연합 방위태세'를 언급한 건 대응 수위를 높인 흐름에 발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열린 한미 북핵수석 협의 관련 보도자료는 북한의 발사체 평가 공유, 대응 방안 논의 및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에 방점을 찍는 경향을 보여왔다. 북한의 새해 첫 무력시위가 일어난 5일 유선협의에서 한미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고 외교부는 명시한 바 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 우려가 된다"며 "더 이상 남북관계가 긴장되지 않고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각 부처에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7시27분경 내륙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쐈다. 북한이 5일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을 쏜 지 엿새 만이자, 직전 발사를 논의하는 유엔 안보리 비공개 회의가 열린 당일 이뤄진 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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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