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 처벌 강화' 중대재해법 27일 시행…충북 산업계 '기대·우려 교차'

산안법보다 처벌 강화…사망 땐 1년 이상 징역
2020년 중대재해피해 24명…업무상 사망 46명
50~299인 중소기업, 코로나19에 안전투자부담

고용부, 산업현장 안전보건관리체계 컨설팅 지원

근로자 안전사고에 대해 사업주를 엄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충북지역 산업현장과 노동계가 어수선하다.

산업안전보건법보다 강한 처벌규정을 갖춤으로써 근로자 중대재해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그에 따른 사회적 안전망 투자비용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12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1년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7일부터 시행된다.

50인 이상 사업장을 우선 적용하며,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 미만의 건설업체는 2024년부터 시행한다.

이 법에서 규정하는 중대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로 사망자 1명 이상 내지 6개월 넘게 치료를 요하는 부상자 2명 이상이 발생한 경우를 일컫는다.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발생한 직업성 질병자가 1년에 3명이 넘을 때도 적용된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사고를 유발하면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부상자나 질병자가 발생한 중대재해에는 7년 이하 징역형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다.

사업주에 대한 양벌규정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비해 강도 높은 처벌 수위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산재 사고 사망자는 828명으로 집계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중이었다면 사업장 190곳이 수사망에 오를 뻔했다.

'추락' 사망사고가 많은 건설업 109곳, '끼임'이 잦은 제조업 43곳, 기타 38곳 순이었다.

지난해 충북에서는 모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16명의 중대재해 피해자가 발생했다. 역시 건설업이 9명으로 가장 많았고, 제조업이 6명으로 뒤를 이었다.

2020년에는 24명이 중대재해 피해를 봤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7명이 안전사고를 당했고, 나머지는 50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같은 해 충북에서 중대재해를 포함한 업무상 사망자수는 4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사망자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에는 사업장 안전사고에 대해 사업주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았으나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쳤다.

지난 2019년 9월 진천의 한 건물 신축공사장에서 용접 작업을 하던 하도급업체 근로자 2명이 5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을 때도 원청업체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그해 2월 청주의 한 생수공장에서 발생한 지게차 사망사고 책임으로 기소된 지게차업체 실경영자와 공장장에게는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엔 사업주에 대한 실형까지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면하기 위한 '50인 이상 299명 미만' 중소기업은 안절부절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근로자 안전망을 강화하는 동시에 그에 따른 안전관리 투자비용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안전기사, 건설안전기사 등 자격을 갖춘 안전관리자를 채용하려 해도 그들이 건설사와 중소기업을 꺼리는 점도 부담 요소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내놓은 '중대재해처벌법 준비실태조사'에서는 중소제조업체의 53.7%(복수응답)가 '시행일에 맞춰 법적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의무 이해의 어려움(40.2%), 전담인력 부족(35.0%), 준비기간 부족(13.9%), 예산 부족(11.0%) 등의 사유도 많았다.

도내 한 중소건설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경영난과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관리까지 투자하려고 하니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며 "비용 문제로 법률 사무소나 노무사의 전문 컨설팅을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대재해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채용 전 건강검진을 강화할 생각"이라며 "결국 청년들의 고용시장을 더 옥죄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고용노동부는 이 법이 빠른 시간에 안착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가이드북,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 사고유형별 매뉴얼 등을 산업현장에 배포한 데 이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 50~299인 중소기업 3500곳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한다.

제조·기타업종 2000곳은 민간 전문기간이, 건설·화학업종 등 1500곳은 안전공단이 수행할 예정이다. 시공순위 201위 이하의 지역 건설업체에 대해서도 안전보건관리체계 컨설팅을 지원한다.

이달부터 법 적용을 받는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한다.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건설업 중소현장은 패트롤 점검을 통한 불량 선별을 하고, 1억원 미만의 현장은 지붕공사, 달비계 등 위험작업 위주로 점검한다. 제조업은 끼임 등 고위험 사업장부터 우선 관리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 청주지청 관계자는 "정부 매뉴얼에 따라 지역 사업장에 대한 안전망을 강화할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잘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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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허 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