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녀 살해' 가석방 해주지마"…사형 못내린 판사의 호소

김태현에 1·2심 모두 무기징역
2심 "참작할 사정 없다"면서도
사형 선고 안 해…"실효성 없다"
"사형 마땅하다고 볼 여지 충분"
"정부에 기속력 있을지 몰라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 의견 내

서울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김태현(26)에게 1심과 2심 법원이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두 재판부 모두 사형을 선고해달라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지만 범행인정, 반성 등을 참작한 1심과 달리 2심은 "참작할 만한 사정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형이 실효성이 없다면서, 이례적으로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더했다.

19일 서울고법 형사6-3부(부장판사 조은래·김용하·정총령)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과 2심 모두에서 사형을 구형했지만, 두 재판부 모두 검찰 구형량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한 것이다. 하지만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이유는 1심과 2심이 달랐다.

1심은 김태현에게 사형을 처해야 한다는 검찰의 주장도 수긍이 되지만, 유사 사건과의 형평성, 범행을 인정하고 도주하지 않은 점, 진심인지 알 수 없으나 반성문 제출한 점, 유족에 사죄의 뜻을 밝힌 점 등을 참작해 '사형으로 생명을 박탈하는 게 정당화될 수 있을 사정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이날 "감정적 욕구 충족을 위해 목숨을 빼앗는 극단적 인명경시 성향을 드러냈다"며 "일반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반사회적인 포악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참작할 만한 사정이 전혀 없고, 살해과정이 무자비하며 교화될 가능성이 적어보인다"며 "사형 선고가 마땅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이처럼 검찰의 사형 구형이 타당하다고 보면서도 2심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은 '실효성 있는 형벌'을 선택했기 때문으로 읽힌다.



재판부는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돼 왔고, 1998년 이래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선고 실효성 자체의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3년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어 국제인권단체로부터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기도 해 실효성을 상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결국 실효성 없는 사형 선고보다 실효성있는 무기징역을 선택하겠다는 의미이다. 다만, 재판부는 김태현이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될 필요가 있다며 "일부 학계의 비판을 무릅쓰고서라도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으로 집행돼야 마땅하다는 의견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형법 72조는 무기징역의 경우 20년이 지난 후 가석방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조건에 부합하는 수감자에 한해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를 통해 가석방 여부가 결정된다.

재판부는 이런 점을 거론하면서 "가석방 여부는 사법부가 아닌 행정부 소관이고, 가석방이 부결돼야 한다는 법원 의견이 행정부에 얼마나 기속력을 가질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라도 가석방에 대한 의견을 명시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국내에서 재판부가 직접 가석방이 없어야 한다는 의견을 비춘 것은 이례적인 모습이다.

다만, 재판부 의견이 정부의 가석방 결정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

재경지법 한 판사는 "위원회에 사법부 사람이 갈 수는 있지만, 판결을 낸 재판부가 가는 것은 아니라 실제로 기속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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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