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민간소비가 성장 주도…역성장 기저효과도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 3만5000달러 추정
지난해 한국 경제가 4% 성장했다. 2010년(6.8%)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2020년의 부진했던 성적에서 벗어나 1년 만에 플러스 전환됐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1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4%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의 기존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다. 2010년 6.8% 성장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2016년(2.9%), 2017년(3.2%), 2018년(2.9%), 2019년(2.2%), 2020년(-0.9%) 등 최근 5년 간을 살펴봐도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수출의 견조한 흐름이 이어지고 민간소비도 회복되면서 전체 경제 성장률을 끌어 올렸다. 2020년 코로나19 충격으로 역성장한데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지난해 민간의 성장 기여도는 3.2%포인트,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0.7%포인트 였다. 민간소비와 정부소비는 각각 1.7%포인트, 1.0%포인트 성장에 기여했다. 수출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순수출(수출-수입)도 성장을 0.8%포인트 끌어올렸고, 설비투자도 0.7%포인트기여했다. 반면 건설투자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체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내렸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4% 달성은 민간소비와 수출이 증가 전환하고 설비투자와 정부소비가 지속적으로 늘어난데 따른 것"이라며 "2020년의 경우 코로나19 충격으로 민간소비가 큰 폭으로 줄었지만 지난해의 경우 방역조치 완화와 학습효과로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정부의 추가경정 예산 편성 등으로 다시 소비가 살아났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침체됐던 가계 씀씀이가 살아나면서 민간소비는 전년도 마이너스에서 벗어나 3.6% 증가 전환했다. 이는 2010년(4.4%) 이후 1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수출도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요 품목이 고르게 성장하면서 9.7% 증가 전환해 2011년(15.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황 국장은 "지난해 50조원 정도의 추경이 나가면서 음식, 숙박, 식료품 등 대면 서비스와 비내구재를 중심으로 소비가 크게 늘었다"며 "정부 추경 효과도 있었고, 민간도 지난해 10월, 11월 단계적 일상 회복에 따른 방역조치 완화로 억제됐던 소비가 분출돼 나갔던 점이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정부소비는 5.5% 늘어 2020년(5%)에 이어 높은 수준을 보였다. 토목건설 부진으로 건설투자는 지난해 1.5% 줄었으나 설비투자는 8.3% 늘었다. 2017년(16.5%) 이후 4년래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활동을 통해 발생한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년대비 3% 증가했다. 지난 2019년부터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것에서 플러스 전환된 것이기는 하지만 국제 유가 상승 등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GDI가 실질 GDP 성장률(4%)을 하회하는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해 4% 성장하기는 했지만 전년도 역성장에 대한 기저효과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위기 직후에는 성장 반등 수준이 컸다. 실제로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에는 -5.1% 역성장한 후 1999년 11.5%로 큰 폭 뛰어 올랐다. 또 글로벌 금융위인 2009년에는 0.8% 성장한 후 다음년도인 2010년 6.8% 반등했다.
황 국장은 "2020년 -0.9% 역성장하고 2021년 4% 성장했는데, 2년간 연평균 성장률을 계산해 보면 1.5%정도가 된다"며 "경제규모나 위기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과 1999년 2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2.8%였고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2010년에는 2년간 평균 3.8% 성장했던 점에서 볼 때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해 상당한 수준의 회복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지난해 4% 성장으로 우리 경제가 세계 10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 2년차인 지난해 4% 성장을 통해 주요 20개국(G20)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빠르고 강한 회복세를 달성하면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위기에 강한 경제임을 입증했다"며 "글로벌 팬데믹 속에서 2020~2021년 연속 글로벌 톱10 경제 강국의 지위를 확고히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분기별로는 1분기 1.7%를 기록한 후 2분기(0.8%), 3분기(0.3%)로 낮아지다가 4분기에는 1.1%로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감소했던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 정부소비와 수출이 증가를 지속한 영향이다.
4분기 민간소비는 숙박음식, 운수 등 서비스 소비가 늘어나면서 1.7% 증가했고, 정부소비도 물건비,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1.1% 늘었다. 건설투자는 건물건설 및 토목건설이 모두 늘면서 2.9% 증가했고, 설비투자는 기계류가 줄어 0.6% 감소했다. 수출은 반도체, 석탄 및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4.3% 증가했고, 수입은 원유, 화학제품 등이 늘어 4.3% 증가했다.
4분기 성장률에 대한 민간소비 기여도는 0.8%포인트인 반면 설비투자는 -0.1%포인트 였다. 민간 소비가 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 올린 반면, 설비투자는 0.1%포인트 내려앉혔다는 뜻이다. 건설투자도 0.4%포인트로 3분기 만에 증가 전환했다.
한은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년 만에 증가로 전환돼 3만5000달러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추정됐다.
1인당 GNI는 물가를 반영한 성장률인 명목 GDP에 명목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을 더한 명목 GNI를 통계청 추계 인구로 나눠 원·달러 환율을 반영해 산출한다. 달러화로 환산되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하면 1인당 GNI는 감소하게 된다.
1인당 국민소득은 한 나라 국민의 평균적인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달러화로 환산되기 때문에 명목 국민총소득(GNI)을 통계청 추계 인구로 나눠 원·달러 환율을 반영해 산출한다.
지난 2017년 3만1734 달러로 첫 3만달러대를 돌파한 뒤 2018년 3만3564 달러까지 상승했으나 2019년(3만2204 달러), 2020년(3만1881 달러) 2년 연속 내리막을 탔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전년대비 3.0% 하락했고 인구는 0.2% 감소했다.
황 국장은 "1인당 국민총소득을 좌우하는 요인은 명목 국민소득, 환율, 인구 증가"라면서 "명목 국민소득이 지난해 1~3분기 7%정도 성장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도 하락했지만 인구 증가율이 둔화된 점을 감안해보면 2020보다 약 10% 증가한 3만5000달러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인당 GNI는 명목 GDP가 집계된 이후 오는 3월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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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