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115억원 개인 계좌로 빼돌려
공문 보내 구청 업무용 계좌로 자금 받아
11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서울 강동구청 소속 7급 공무원이 1년 넘게 공금을 빼돌리는 데에 출금이 자유로운 구청 업무용 계좌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공금을 개인 계좌로 이체했는데도, 구청과 기금을 입금한 서울도시주택공사(SH)는 최근에서야 횡령 사실을 파악했다. 공무원 횡령 비리에 대한 내부 감시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26일 경찰과 강동구에 따르면 강동구청 투자유치과에서 근무하던 주무관 김모씨가 2019년 12월께부터 지난해 2월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자원순환센터' 건립을 위해 SH로부터 교부받은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비용 원인자 부담금' 중 115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김씨는 SH에 공문을 보내 출금이 불가능한 기금운용계좌 대신 자신이 관리하는 구청 업무용 계좌로 자금을 받은 뒤 이를 쪼개서 개인 계좌로 이체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구청과 SH 측은 자금이 입금된 계좌가 업무용 계좌라는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해당 계좌는 '제로페이' 출금에 사용되는 계좌로 내부 회계 시스템에도 잡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SH 관계자는 "강동구청 공문에 적힌 계좌에 기금을 보냈을 뿐"이라며 "직인이 찍힌 공문이기 때문에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기금관리용 계좌가 아닌 업무용 계좌가 적힌 공문이 어떻게 발송됐는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구청이 횡령 정황을 포착한 것은 김씨가 자금을 빼돌린지 약 1년이 지난 지난 22일에서였다. 김씨의 후임자가 자원순환센터 건립비용 기금에 대한 결산 처리가 돼있지 않은 것을 수상히 여겨 구청 감사담당관에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 이후 구청은 지난 23일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고, 김씨를 체포한 경찰은 전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횡령금 중 38억원을 돌려놨으나 76억9058만원 가량은 입금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해당 자금을 주식 투자에 사용했고, 날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의 횡령 혐의와 함께 추가 공범자가 있는지, 내부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 등도 함께 수사 중이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회계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한 기금 횡령 건에 대해 민형사상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피해액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공직비리 특별조사반'을 편성해 자체 원인 분석 중에 있고, 관리하고 있는 전 계좌와 기금운용 실태 등 예산회계 전반에 대해 특정감사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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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