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금 중단 두고…한은-금감원 '갑론을박'

한은, 출연금 100억원 올해부터 중단
한은 "금감원 자체적으로 운영 가능"
금감원 "출연금, 공동검사 인력 비용" 반박
일각에선 전금법 개정 관련 갈등 해석도

한국은행이 금융감독원의 연 100억원 규모의 출연을 중단하기로 했다. 출연 동기인 금감원 설립 초기의 안정적 운영 지원이 충분히 달성됐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반발하고 있다. 한은에 공동검사 인력과 금융회사 자료를 공유하는 만큼 이에 대한 합당한 대가가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한은 "금감원 자체적으로 운영 가능"

4일 한은과 금감원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부터 금감원 출연을 중단하는 내용의 '2022년 한은 예산안'을 의결했다. 금통위는 앞서 지난 2020년 12월 '2021년도 예산'을 확정하면서 올해부터 금감원에 대한 100억원의 출연금을 중단하기로 의결했고, 이번에 다시 이를 확정한 것이다.

금감원의 운영수입 항목은 한은의 출연금과 금융사들이 각출하는 감독분담금, 유가증권을 발행할 때 내는 발행분담금 등으로 구분된다. 한은은 지난 금감원이 출범한 1999년 정착 지원과 업무 협력을 위해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일정 규모의 예산을 지원해왔다. 첫해인 1999년 413억원을 지원한 이후 규모를 줄여오면서 2006년부터 연간 100억 원으로 고정됐다. 2010년에는 한은이 출연금 지원중단을 결정하면서 갈등을 겪기도 했다.

한은은 이번 출연금 지원 중단 결정에 대해 출연금 지원 동기가 충분히 달성된 만큼 더 이상 지원 명분이 사라졌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의 금감원 출연 동기는 금감원 설립 초기의 안정적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와 같이 금융기관의 수익이 증가해 금융기관 분담금만으로 자체 경비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지원 동기가 충분히 달성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은 금감원의 경비 충당 재원을 열거할 뿐 한은의 출연을 강제하는 조항은 아니다"며 "출연금이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 만큼 최소한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출연금, 공동검사 인력 투입 비용"

금감원은 한은에 공동검사 인력과 금융회사 자료 공유를 제공하는 만큼, 이에 대한 합당한 대가가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실제 현행법상 한은이 금감원에 공동검사와 자료 공유를 요청하면 금감원은 이에 무조건 응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로부터 받는 업무보고서를 한은에 공유하고, 공동검사 인력도 투입하고 있다"며 "해당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출연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연금이 필요하다는 점을 한은에 지속해서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은은 "한은의 금융기관에 대한 공동검사 및 자료제출 요구권은 한은법에 보장된 사항으로 이를 위해 한은이 별도로 비용을 지급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한은도 한은법에 규정된 금융안정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수집한 금융기관 경영실태 분석 자료 등을 별도의 비용을 징수하지 않고 금감원에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한은의 출연금 중단이 현실화할 경우 다른 방식으로 부족한 예산을 메워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금융사 분담금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다만 반발할 수 있는 금융사들을 설득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분담금을 추가로 걷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전금법 개정 이어 이번엔 출연금 갈등

일각에서는 2020년 11월부터 시작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 관련 금융위-한은의 갈등이 금감원 출연금으로 번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금법 개정안은 빅테크 업체를 '종합지급결제사업자'로 지정해 양성화하고, 빅테크 기업의 자금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전자지급거래 청산업'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빅테크는 이용자와 금융 거래를 할 때 외부 청산기관인 금융결제원을 거치도록 했다.

한은은 빅테크 업체들이 금결원에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고객의 모든 전자지급거래 정보에 대해 금융위가 별다른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당시 한은은 "명백한 빅브라더(사회 통제 권력)법"이라며 입장문을 통해 반발했다. 이에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도 "빅브라더 주장은 지나치게 과장한 것 같고 조금 화가 난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다만, 향후 금융위·한은의 협의로 금감원 출연금 갈등이 해소될 수도 있다. 한은이 출연금 중단을 결정한 때는 2020년 12월 한창 금융위와 갈등이 높을 때였다. 그러다 지난해 9월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두 기관은 화해 무드로 돌아섰다. 금융위와 한은이 정책 공조를 거론하며 '원팀'을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2010년 한은은 한은법 개정을 두고 금감원과 갈등을 빚던 중 출연금 중단을 통보하다 협의 끝에 출연을 재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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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