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4개월째 3%대…외식비·집값·기름값 모두 올랐다

통계청 '2022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석유류·농축수산물 오름세 전월보다 둔화
외식비 5.5%↑…12년11개월 만에 최대 상승
농산물·석유류 제외 근원물가 10년來 최대
"물가 오름세 지속 전망…하반기 완화될 것"
기재부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불확실성 존재"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6% 오르며 4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10년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8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보인 이후 최장기간 3%대 오름폭을 이어가고 있다.

유류,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축산물, 과일 등 농축수산물의 오름세가 지속되는데다가 외식 가격 중심으로 개인서비스 오름폭도 확대되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반면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전월보다 둔화되면서 상승 폭은 전월보다 작아진 모습이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69(2020=100)로 1년 전보다 3.6% 상승했다. 상승 폭은 전월(3.7%)보다 0.1%포인트(p) 축소됐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9년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서더니 11월(3.8%), 12월(3.7%)에 이어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3%대 고물가 흐름을 이어갔다.

1월 물가 상승률을 품목 성질별로 보면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6.3% 상승했다. 채소류 가격이 2.2% 오르면서 농산물 가격도 4.6% 상승했다. 파(-37.3%), 사과(-16.1%), 양파(-31.7%), 쌀(-5.2%), 고구마(-13.6%) 등 가격은 내려갔으나 딸기(45.1%), 배추(56.7%) 가격 상승 폭은 두드러졌다.

축산물 물가는 돼지고기(10.9%), 수입 쇠고기(24.1%), 국산 쇠고기(6.9%), 계란(15.9%) 등이 오르면서 전년보다 11.5% 상승했다. 수산물 가격은 전년보다 0.5% 올랐다.

공업제품은 전년보다 4.2% 상승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에도 휘발유(12.8%), 경유(16.5%), 자동차용 LPG(34.5%), 등유(25.7%) 등 석유류 가격이 16.4% 올랐다. 빵(7.5%) 등 가공식품 가격도 4.2%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의 주요 공급 측 요인인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전체 물가를 1.21%p 끌어올렸다. 전체 물가 상승률 3.6%의 33.5%에 기여했다는 계산이다.

전기료(5.0%), 상수도료(4.3%), 도시가스(0.1%) 등이 모두 오르면서 전기·수도·가스 요금은 2.9% 상승했다. 지난해 7월 전기료를 적게 쓴 사람에 대해 요금을 할인해주는 필수할인공제가 축소되고 지난해 10월 연료비 조정 단가 인상에 따라 전기료 상승 폭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상수도료 역시 요금 현실화의 영향이 반영됐다.

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2.9% 상승했다. 외래진료비(2.3%), 입원진료비(1.5%), 부동산 중개 수수료(-7.7%), 유치원 납입금(-6.3%) 등 공공서비스 물가는 0.9% 상승에 그쳤지만 개인서비스 물가가 3.9%나 올랐다. 특히 생선회(9.4%), 쇠고기(8.0%) 등 외식 물가가 5.5% 오르며 2009년 2월(5.6%)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외식 외 서비스 물가도 2.8% 상승했다.

집세는 전세(2.9%)와 월세(1.1%)가 모두 오르면서 2.1% 상승했다. 2015년 10~12월 3개월간 2.5% 상승률을 보인 이후 가장 크게 상승한 수준이다. 전세는 2017년 8월(2.9%) 이후 4년 5개월 만에, 월세는 2014년 5월(1.1%) 이후 7년 8개월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 폭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다음 달부터는 집값 상승세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입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1% 상승했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올랐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3.0% 상승했다. 2012년 1월(3.1%)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크게 오른 수준이다.

개인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국제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가공식품 가격 요인, 국제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내구재 가격 오름 등이 근원물가 상승세 높였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보다 2.6% 상승했다. 2015년 12월(2.6%)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어 심의관은 물가 전망에 대해 "수요 측면 상승 요인도 있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차질, 대외적인 공급 측면에서 상승 요인이 컸는데 아직 오름폭이 완화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당분간 상당 폭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지만, 2~3분기로 가면서 지난해 기저효과가 나타나고 공급 측면 요인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내외 변수가 많아 당분간 물가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점쳤다.

기획재정부는 "2월 소비자물가는 명절 수요 소멸 등 하방 요인도 존재하나, 국제유가 상승 영향 반영, 개인서비스·공업제품 상승세 지속 등 상방요인이 강한 가운데 국내 오미크론 변이 양상이 불확실성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미치는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부는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기재부는 "대내외 물가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엄중한 인식 아래 설 이후에도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며 "물가 부처책임제 등을 통해 물가 상방 압력 지속에 대비한 구조적 물가 안정 노력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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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