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어업지도선장, 단속 업무 대기 중인 선원들 모아 반주
당직 선원 만취, 2층 조타실 의자서 자다가 떨어져 바닥에 '쿵'
2시간 뒤 비틀거리며 용변 보러 1층 향했다 바다 떨어져 숨져
1심 "음주 단속·안전사고 예방할 의무 소홀" 선장에 유죄 선고
2심 "사망 예견할 가능성과 사망과 인과관계 인정 못 해" 무죄
업무상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선원을 바다로 추락 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받은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선 선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선장에게 만취한 선원의 일탈 행위와 음주 이후의 상황까지 단속할 의무가 없었고, 선원의 사망을 예견할 가능성과 사망과의 인과관계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법 제1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재근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의 선고를 유예받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A(51)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어업지도선 선장 A씨는 2019년 4월 19일 오후 7시 30분께 전북 모 항구에 정박 중인 168t급 지도선 2층 갑판에서 30대 승선원 B씨 등 선원 9명과 저녁 식사를 했다.
A씨는 불법 조업 지도·단속 업무 수행을 위해 대기하던 선원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인삼주(2.4ℓ)를 나눠 마셨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10시께 자리를 마무리하라고 지시한 뒤 선장실로 향했다.
만취한 B씨는 같은 날 오후 10시 37분께 2층 조타실 의자에서 잠을 자다 떨어져 바닥에 부딪혀 '쿵'하는 소리를 냈다.
B씨는 바닥에서 계속 자다 소변이 마려워 다음 날 오전 0시 37분께 비틀거리며 1층으로 내려갔다. 이후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바다에 떨어져 익사했다.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373%였다.
A씨는 선원의 실족·추락 등 안전사고를 방지해야 할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해 B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A씨가 서해 일원 불법 조업 지도·단속 업무차 대기 중이었던 선원들에게 음주 행위를 금지해야 하는 점, A씨가 침실에서 B씨가 떨어진 소리를 들었는데도 원인을 파악하지 않고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A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1심은 선장의 포괄적인 권한·책임, 선박에서 음주 행위가 지니는 특별한 안전사고 위험성, A씨가 야간 당직이었던 B씨의 음주 행위를 특별히 단속할 의무가 있던 점, A씨가 B씨가 바닥에 떨어진 소리를 듣고 원인을 알아봤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당시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지극히 높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의 과실로 B씨가 숨졌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2심 재판부는 'B씨의 사망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주의 의무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A씨의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해사안전법 제41조 1항과 국가 어업지도선 운용관리·직원 복무 규칙 7조 상 선장은 총책임자로서 선박의 안전 운항과 관련된 포괄적인 권한·책임이 있고, 음주 상태에서 조타기를 조작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다만 관계 법령상 선박 내 음주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고, 선장이 구체적으로 음주한 선원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 또는 음주 이후의 상황까지 확인하고 단속해야 하는 주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에게 B씨의 음주 행위를 단속해야 한다거나 음주 상태·음주 종료 여부를 면밀히 확인하고, '쿵' 소리를 들은 경우 안전사고가 발생했는지 확인할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다고 하기에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사는 어업지도선 운용관리·직원 복무 규칙에 따라 선장이 당직 근무와 선박 안전상 필요한 사항을 확인·점검해 결과를 기록·관리해야 하는 점, 지도선원이 폭행·음주 등 선내 질서 혼란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점 등을 이유로 A씨에게 B씨의 음주 행위를 단속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해당 사건 발생 이후인 2020년 12월 30일 개정된 규정인 만큼,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알루미늄 재질 선박에서 A씨가 들은 '쿵' 소리가 B씨가 넘어진 소리라고 단정할 수 없고 B씨의 사망 사고와 관련된 것은 아닌 점, 충격 소리가 발생한 지 2시간이 지나 추락 사고가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조타실에 찾아가 B씨를 침상에 눕히거나 훈계하는 등의 다른 조치를 했더라도 B씨가 2시간 뒤 용변을 보러 바깥으로 나가지 않았을 것이라거나 바다로 추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A씨에게는 B씨의 사망을 예견하거나 B씨를 숨지게 한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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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외전남 / 손순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