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상황 반면교사…자주국방 역설한 文대통령

육군 3사 임관식 참석…평화 위한 '강한 국방력' 중요성 강조
"한반도 지정학 상황 언제나 엄중…스스로 지켜낼 힘 갖춰야"
고위력 탄도미사일, 전투기, SLBM 등 軍 전략자산 성과 열거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육군3사관학교 졸업·임관식에서 한반도 지정학적 상황을 언급하며 강한 국방력 확보를 강조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맞물려 적잖은 시사점을 남겼다는 평가다.

서방의 끝자락에 위치한 우크라이나가 지정학적 특수성과 맞물려 러시아의 무력 침탈을 피하지 못했다는 문제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70여 년 전 미국과 소련의 냉전의 산물에 따라 둘로 갈라진 한반도의 지정학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강한 국방력이 필수라는 점을 에둘러 역설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북 영천의 육군3사관학교 연병장에서 거행된 제57기 졸업식 및 임관식 축사에서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은 튼튼한 안보의 토대 위에서 이룬 것"이라며 "북핵 위기를 대화 국면으로 바꿔내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강한 국방력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안보의 부담이 가장 큰 나라다. 당장은 남북 간의 전쟁 억지가 최우선의 안보 과제이지만, 더 넓고 길게 보면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 자체가 언제나 엄중한 안보환경"이라며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지켜낼 힘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냉전 종식과 함께 구소비에트연방 체제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상황에서 체제보장을 위해 택한 미국과 서방 중심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 노선이 불행의 근본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냉전 후로도 버리지 못한 미국과 러시아의 팽창주의 속성이 가운데 끼인 우크라이나에서 충돌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지정학적 특수성에 따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현재 한반도 상황을 비춰볼 때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에 직면한 우크라이나 사례가 주는 교훈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이 이날 현재 안보 위협의 대처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강한 국방력'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국제정세와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은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강대국 간 갈등이 표출되면서 세계적으로 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경제가 안보가 되고 있고, 국경을 넘는 신종 테러 등 비전통적 안보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 군은 세계 6위의 국방력을 갖추고, '국방 개혁 2.0'을 통해 최첨단 과학 기술군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기경보기, 이지스함, 고성능 레이더는 한반도 주변의 안보 상황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초음속 순항미사일, 고위력 탄도미사일, F-35A를 비롯해 유사시에 대비한 초정밀 타격 능력 또한 강화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세계 여덟 번째로 최첨단 초음속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 1호기를 출고했고, 세계 일곱 번째로 SLBM 발사에 성공했다"고 전략자산 확보 성과들을 언급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우월한 미사일 역량과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어떠한 위협도 빈틈없이 막아낼 한국형 아이언 돔과 미사일 방어체계도 든든하게 구축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혼란 속에서 북한이 감행한 지난 27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도 우리 군의 방어역량이 충분하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이날 정찰위성 시험의 일환이라고 주장한 것과 무관하게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날 야권의 '안보 무능 정부, 힘 없는 평화' 공세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지난달 23일 있었던 중거리지대공미사일 '천궁-2', 장거리지대공미사일(L-SAM), '한국형 아이언돔'으로 불리는 장사정포요격체계(LAMD) 등 다층방어체계 시험발사의 성공 사실을 공식 확인한 바 있다.

이를 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재확인한 것은 임기 말 야권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지난 5년 간 추구해 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전반을 부정하는 상황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종전선언을 통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계 완성 노력과는 별개로 강한 국방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통해 자주국방의 힘을 갖췄다는 것이다.

박 수석은 전날 이명박 정부(5.8%p 증가) → 박근혜 정부(4.8%p 증가) → 문재인 정부(7.4%p 증가) 순으로 보수정부보다 방위력 개선비 증가폭이 훨씬 컸다는 점을 재확인하며 "대한민국은 평화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국방력과 방위산업에서 이미 흔들리지 않는 군사대국"이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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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본부장 / 김헌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