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선서 '단일화 = 필승' 공식 성립 안해
통합과 연대는 네거티브전 속 국민 관심사로
다만 막판 이슈화에 대한 불신도…효과 반감
후보 단일화와 '반윤(尹)연대'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막판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후보 단일화는 그간 진보진영의 공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제3지대를 자처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제안으로 범보수진영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국민경선 요구에 선을 그으면서 사실상 무산된 모양새다.
윤 후보 측은 단일화 동력 상실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막판 추격을 허용하자 안 후보 변덕 때문에 단일화가 결렬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책임 회피와 안 후보 지지층 빼오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단일화 프레임을 깼던 안 후보 측은 파국의 책임을 윤 후보에게 돌리고 있다.
실낱 같은 단일화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당초 단일화 마지노선으로 꼽혔던 투표용지 인쇄일(28일)이 지나 위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거친 폭로전으로 아름다운 결합에 실패하면서 단일화를 지켜보는 유권자의 피로감은 커졌다.
단일화는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대선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했지만 언제나 승리의 공식이 된 것은 아니다. 단일화에도 화학적 결합 실패로 패배한 경우도, 단일화 무산이 도리어 지지층의 결집을 야기해 승리한 경우도 존재한다.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36.64%)는 13대 대선에서 김영삼 통일민주당 후보(득표율 28.03%)와 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27.04%)간 단일화 결렬의 어부지리로 당선됐다.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40.27%) 후보는 15대 대선에서 내각책임제 개헌을 매개로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와 DJP연합을 이루면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38.74%)와 이인제 국민신당(19.20%) 후보를 딛고 4수(修)만에 대통령이 됐다.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48.91%)는 16대 대선에서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의 선거 전날 지지 철회라는 돌발 악재에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46.58%)를 꺾었다. 돌발 악재가 되려 위기감을 느낀 지지층이 투표장에 쏟아나오면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48.02%)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정권 교체를 위한 중도 사퇴에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51.55%)에게 패배했다. 안 후보와 매끄러운 단일화가 불발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얻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 측은 야권 단일화 공전의 틈을 해집고 있다. 4자 구도 고착화를 넘어 정치개혁을 매개로 한 반윤연대까지 도모하고 있다.
이 후보는 통합정부·연합정부론과 정치개혁을 제안하며 안 후보는 물론 심상정 정의당 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까지 접촉하고 있다.
대선 의제를 여당 후보에게 불리한 정권심판론에서 비주류인 자신에게 중립적인 정치개혁으로 전환하면서 최대 정적이자 정권심판론의 최대 수혜자인 윤 후보를 고립시키려는 모양새다.
민주당이 당론을 채택하는 등 신속한 후속 조치도 뒤따르고 있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에다 네거티브전이 판치는 대선판에 통합과 연대를 지향하는 포지티브 전략이 제시되면서 유권자들에게 호감을 얻고 있다. 선거 막판 지지율 상승세를 타며 윤석열 후보와 초접전을 벌이는 이재명 후보의 막판 승부수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당황한 국민의힘은 21대 국회 개원 이후 정치개혁 의제에 침묵해온 민주당이 선거 십여일을 앞두고 정치개혁을 주장한 배경에 정치적 의도를 부각하고 있다. 안 후보와 심 후보 등도 환영은 하면서 민주당이 실천을 하면 되는 일이라고 적극 호응하지 않고 있다.
이 후보와 상황은 다르지만 안철수 후보도 지난 19대 대선에서 선거 막판 '비문(비문재인) 연대'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국회 책임 총리제,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 등을 골자로 한 개혁공동정부를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비문계 후보의 합류를 끌어내지 못한 바 있다.
제안자인 안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 국면이었던데다 이념과 지향의 공통점 또는 합의 없이 단순히 특정 개인에 대한 거부감을 매개로 한 연대가 유권자의 지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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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