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尹, 누가 유리할까"…높은 사전투표율에도 판세 ‘깜깜이'

3·9대선 사전투표율 첫날 17.57%기록…역대 최고
사실상 李·尹 양자구도에 유권자 선택 수월해져
치열한 혼조세, 단일화도 李·尹 지지층 결집에 영향
호남 사전투표율 높지만…TK 본투표율이 승부 변수

3·9 대선 사전투표율이 17.57%로 지난 19대 대선보다 높은 역대 최고치를 나타낸 것은 10년만에 사실상 양자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의 특성과 초박빙 판세라는 점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전투표율이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혹평 속에서도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수는 776만7735명, 사전투표율은 17%를 각각 돌파했다. 이런 추세라면 1997년 15대 대선 이후 25년 만에 '투표율 80%' 고지에 올라설지도 주목된다.

이같이 사전투표율이 높은 원인으로 일단 이번 대선이 이재명(더불어민주당), 윤석열(국민의힘), 심상정(정의당)의 3자 구도로 치러지지만, 사실상 2강1약 판세라 대결구도가 선명해진 점이 다자구도 보다는 유권자의 판단을 더 수월하게 해 투표율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후보직을 사퇴한 안철수·김동연 전 후보를 배제하더라도 여전히 이번 3·9대선에 출마한 후보자가 총 12명에 달할 만큼 후보자가 난립하고 있지만 지지율은 거의 미미한 수준이다. 같은 전국단위 선거라도 총선이나 지방선거보다는 대선 투표율이 일반적으로 높게 나온다는 점도 사전투표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일각에선 선두 경쟁이 치열한 혼전 양상이란 점도 높은 사전투표율의 견인차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가 대선 종반까지 엎치락뒤치락 접전 양상을 보이자, 정치권에서는 1~2%의 근소한 차이로 판세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올 만큼 혼돈의 대선정국이 계속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초박빙 안갯속 판세가 비호감 대선에 냉소적인 유권자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유인책이 됐다는 관측이다.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높을 수록 진보쪽 후보자에 유리하다는 게 통념이지만, 이번 대선은 사전투표율만으로는 특정 후보의 득실을 따지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호남이 TK(대구·경북)보다 높은 사전투표율을 놓고 여야의 해석은 엇갈린다. '尹·安 단일화'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된 진보 지지층의 결집력 강화가 호남에서의 압도적 사전투표율로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이다. 야권 단일화가 선거 패배 위기감이 커진 여권 지지층을 자극해 오히려 민주당에 우호적인 유권자의 투표율을 더 높여 역효과를 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야권에서는 역대 보수정당 후보 중 가장 많은 공을 호남에 들일 만큼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호남 구애에 총력전을 폈던 만큼 호남의 사전투표율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윤석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사전투표에선 호남이 TK보다 투표율이 높으면 본투표에서는 보수 텃밭인 TK에서도 투표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구를 비롯한 영남권의 경우 사전투표를 하지 않은 유권자들이 본투표 당일 대거 투표권을 행사할 경우 낮은 사전투표율을 상쇄할 수 있다. 영호남의 지역별 사전투표율 비교만으로는 전체 판세의 유불리를 장담할 수 없는 셈이다.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에도 높은 투표율을 이어갈지 관심인 가운데 높은 사전투표율이 전체 투표율 상승으로 연결될 것인지도 주목된다.


사전투표율이 높다고 해서 본투표에서 투표율이 더 높을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 지난 대선에서도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하자 전체 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찍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많았지만, 실제 본투표 당일에는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적극적 투표의사 유권자들의 상당수가 사전투표에 몰린데다, 과거에 비해 이념이나 지역색에 기인한 진영 대결이 약화된 점, 궂은 날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19대 대선의 투표율은 77.2%로 '마의 80%' 벽을 넘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양당 지지층의 결집으로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여전히 투표에 소극적인 무당층의 기권심리를 최소화하고, 지지 후보를 변경할 가능성이 높은 부동층이 막판 투표장에서 누구에게 표를 줄 것인지가 박빙 판세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훈식 민주당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라디오에 나와 "35세 기점으로부터 60대 초반까지는 우리 당이 유리하고, 20대부터 35세 전까지는 야당이 유리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선거 같은 경우에는 투표율이 높아진다는 것이 어디에 유리하냐 라고 가늠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라디오에서 "부동층이 대략 5%, 작게 보면 2~3%밖에 안 된다는 자료도 있지만 부동층이 거의 없이 이제 이미 지지에 대한 마음이 많이 굳어 있는 상태"라며 "거기에 더해서 저희들이 상승효과를, 안철수 후보와 통합을 통해서 이뤘기 때문에 판세는 뒤집어지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