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1호 기소…'스폰서 검사' 뇌물수수 혐의 재판행

직무 관련성·대가관계 인정…금품 융통은 무혐의
"피고인 관계, 돈 융통 동기, 변제 시점 등 고려"
2016년 檢 무혐의…공소심의위서 기소 의견 의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른바 '스폰서 검사'로 불린 김형준 전 부장검사(52·사법연수원 25기)를 11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1월21일 공수처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기소권을 행사한 '검사 1호' 사건이다.

공수처 수사2부(부장검사 김성문)는 이날 검찰로부터 이첩받은 뇌물수수 혐의 사건과 관련해 김 전 부장검사와 박모 변호사(52)를 기소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자본시장법위반 사건 처리와 관련한 김 전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의 일부 뇌물수수 및 향응 접대 혐의를 인정했지만, 금전거래에 따른 뇌물수수 부분은 직무관련성 및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공수처는 김 전 부장검사가 박 변호사로부터 2016년 3차례에 걸쳐 총 1093만5000만원 상당의 향응과 뇌물을 수수했다고 봤다. 이같은 금액은 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로 지목됐던 고교동창 김모(52)씨가 당초 경찰에 고발했던 4500만원보다 줄어든 금액이다.

금융위원회는 2015년 10월께 미공개정보 이용으로 인한 박 변호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을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했고, 이 사건은 김 전 부장검사가 부장검사로 있던 부서에 배당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6년 1월께 인사이동 직전 소속 검사로 하여금 박 변호사를 조사하도록 하고, 인사이동 직후 자신의 스폰서로 알려진 김씨의 횡령 등 사건의 변호를 박 변호사에게 부탁하는 등 김씨 및 내연녀와의 관계에 있어 박 변호사를 대리인처럼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공수처는 밝혔다. 이후 박 변호사의 이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은 2017년 4월께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이 과정에서 박 변호사로부터 2016년 3~4월께 2차례에 걸쳐 합계 93만5000원 상당의 향응을 접대받고 2016년 7월께 1000만원 상당을 수수한 것으로 공수처는 조사했다.

공수처는 "고발인이 기소사실을 제외한 나머지 3차례에 걸친 4500만원의 금전거래도 뇌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면서도 "피고인들의 관계, 돈을 융통한 동기, 변제 및 변제 시점 등을 고려했다"며 금전거래에 따른 뇌물수수 부분을 무혐의 처분한 이유를 밝혔다.

공수처는 뇌물수수 및 향응 접대 혐의와 관련,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피고인들의 직무관련성 및 대가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해당 판례에 따르면 '직무관련성'은 공무원이 금전을 수수하는 것으로 인해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도 판단기준이 된다.

이때의 '직무'는 법령에 정해진 직무뿐만 아니라, 과거 담당했던 직무나 장래 담당할 직무도 포함된다. 공수처는 자체 수사 결과 및 수사 종료 후 개최한 공소심의위원회의 기소 결과를 존중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5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으로 재직할 때 박 변호사의 형사사건에 수사 편의를 제공하고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해당 사건은 의혹이 불거진 이후 검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수사무마 대가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한 차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당시 김 전 부장검사는 이와 별도로 중·고교 동창인 김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2018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이후 김씨가 김 전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를 다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2020년 10월 전부기소 의견으로 이들을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김씨 요청에 따라 지난해 6월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7월 김 전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공여 혐의로 입건했다.

공수처 수사2부는 지난해 12월 김씨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실시하고, 이후 김 전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도 소환해 조사를 마쳤다. 지난 1월 말 공소부(부장검사 최석규)로 관련 자료를 넘겼고, 공소부에서 한 달 넘게 들여다본 끝에 기소 결론을 냈다.

공수처는 이번 사건의 기소 결론을 놓고 상당히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입건 당시에만 해도 빠른 시일 내 결론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였지만, 공수처는 수사 착수 반년여만에 고발인 조사를 실시한 뒤 지난해 1월말 사건을 공소부로 넘겼다.

공소부에 넘어간 사건의 결론이 한 달 넘게 나오지 않으면서, 기소 여부를 두고 공소부와 수사부 사이에 의견이 갈렸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공소부장인 최석규 부장검사는 공소제기 여부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소제기 여부 등을 심의하는 기구인 공수심의위원회가 소집된 것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공수처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열린 공소심의위는 해당 사건의 공소제기 여부를 심의하고 기소 의견을 의결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2016년께 검찰은 전체 혐의 사실에 대해 불입건했으나 수사처는 자체 결과 및 수사 종결 후 개최한 공소심의위의 심의 결과를 존중해 기소한다"고 전했다.

공수처가 심의위 결론을 받아들여 김 전 부장검사를 재판에 넘기면서, 당초 검찰에서 한 차례 무혐의 처분이 났던 결과를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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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