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여소야대 돌파구 '巨野와 협치'…정계개편 '난망'

2년간 110석 與 vs 단독 과반 野 구도
내각 인선·정부조직 개편…협치 불가피
野의원 영입 등 구태 '정계개편' 어려워
전문가 "미국처럼 윤석열이 野 만나야"
"野 요구 들어주며 공약 일부 관철해야"
지선 임박…巨野도 강공 드라이브 자제

윤석열 정부 출범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윤 당선인은 취임과 동시에 110여석의 '역대급' 소수여당과 단독 과반의 거대야당이 공존하는 의회 구도를 2년간 맞게 된다. 윤 당선인으로서는 여소야대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윤 당선인이 거대 야당과 협치하려는 노력이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할 수 있는 최고의 방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반면 과거 정권에서 나타났던 정계개편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0.78% 차로 신승한 윤 당선인으로서는 거대야당을 흔들만한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검찰 등 권력기관을 동원한 압박을 통해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시도할 경우 거대야당의 거센 반발에 국정이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화 이후 여소야대 구도는 수차례 이뤄졌는데, 기전의 집권세력은 의원 빼오기 등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통해 다수의석을 회복하거나 차기 총선 승리를 통해 이를 타개했다.

노태우 정부는 125석 민주정의당으로 출범했다가 1990년 3당합당을 통해 217석 '공룡여당'으로 전환했다. 'DJP' 연합 정권으로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집권 이후 야당 의원 영입을 통해 새천년민주당과 자유민주연합 합산 과반을 이뤘다. 노무현 정부는 여소야대 국회에서 탄핵까지 직면했으나 곧이은 총선에서 여당 단독과반으로 판을 뒤집었다.

그러나 여의도 정가에서는 '의원 빼오기' 등 인위적 정계개편이 사라진지 오래다. 더욱이 검찰, 국세청, 국정원 등 권력기관을 통해 야당을 압박하는 구태는 거대 야당의 반발에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결국 차기 총선이 만 2년 남은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며 안정적인 정국 운영의 유일한 방법은 여당과의 협치 뿐이라는 분석이다.

김관옥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도 여소야대가 비일비재한데, 미국 대통령이 제일 자주 만나는 게 야당 의원이다. 윤 당선인이 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야당 의원들과의 만남을 하면서 왜 이런 게 돼야 하는지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협치의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여소야대 의석 격차가 너무 커서, 민주당이 하겠다는 것을 들어주고 공약을 일부 관철시키는 식으로 거래를 해야 한다"며 "윤 당선인이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했는데, 국민적 여론을 바탕으로 민주당을 압박해서 공약을 관철시키는 방법으로 일부는 가능하겠지만 모든 걸 그렇게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봤다.

거대 야당도 마냥 반대만 하면서 새정부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윤 당선인이 협치를 위해 손을 내밀 경우 이를 뿌리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무총리 인준 등 예상 가능한 정부 초기 대치상황에서 과반 의석을 앞세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다가오는 6월1일 지방선거 때문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했을 때도 여소야대였는데, 국무총리 인준을 야당이 거부해서 8월에야 인준됐는데 국민들이 '야당이 발목을 잡는구나'라고 봐서 6월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아주 완패를 당했다. 지금 상황이 비슷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이어 "대한민국 국민들은 1년 정도는 새 정부가 일을 하게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민주당이 지금 0.73%p 차이로 패배했다는 착각으로 여소야대 상황을 강대강 힘겨루기, '반대를 위한 반대'로 나오면 자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관옥 계명대 교수는 "관례적으로 '허니문'이라고 해서 6개월 정도 새 정부가 뭔가 할 수 있는 기간적 여유가 있는데, 이번에는 지방선거가 있어서 그게 안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러나 만약 윤 당선인이 협치를 하려고 노력할 경우, 민주당이 170여석을 앞세우면 국민 눈에는 발목잡기로 비춰지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경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측에서도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에 큰 우려는 하지 않는 분위기다. 야당을 충분히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면 무난히 타결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조직법의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정부조직법이 부의되면 법안소위에서 다루기 전에 위원장과 민주당 의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노력을 할 것"이라며 "여성가족부가 맡은 업무를 폐지하는 게 아니고 발전적으로 다른 종합적 조직을 통해서 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충분히 설득하면 (개정안 통과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도 "정부조직법은 차기 정부의 운영 플랜이기 때문에 야당의 협조와 양해를 구해서 돼왔던 것으로 안다"며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봤다.

결국 윤석열 정부 출범을 전후해서는 여야가 모두 적정선에서 협치에 나설 가능성이 많다. 향후 정국 주도권은 오는 6월1일 지방선거 민심에 따라 움직일 전망이다.

김관옥 교수는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하지 못한다면, 대선에서 나타난 24만표의 미세한 격차가 계속 작동하면서 여당에 힘을 모아주기보다는 견제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해석하며 "국민의힘이 이겼다고 하려면 경기도에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교수도 "윤 당선인이 경기와 인천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졌기 때문에 여기서 이겨서 탈환하는 것이 (국민의힘 입장에서) 핵심"이라며 "수도권, 인천과 경기를 누가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양당 지지세가 첨예하게 맞서는 수도권에서 이기는 쪽이 향후 정국에서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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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