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당선인, 경제6단체장 만나…"기업 성장 제도적 방해요소, 먼저 제거하겠다"

尹당선인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 경제로 탈바꿈해야"
"언제든 직접 통화하겠다" 경제계와 핫라인 구축 약속
경제 6단체장 민간주도 성장 위한 규제 완화 한 목소리
경제계 노동 개혁·중대재해처벌법 수정 등 적극 요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1일 경제6단체장을 만나 "우리나라가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경제가)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민간주도 경제성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경제6단체장은 윤 당선인에게 민간 주도 성장을 위한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회장,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 한국무역협회 구자열 회장,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최진식 회장과 오찬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10일 당선 확정 이후 11일 만이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오전 11시 30분부터 점심 도시락 겸한 자리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저와 언제든 직접 통화하실 수 있게 하겠다"고 경제계와의 핫라인 구축을 약속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윤 당선인과 경제6단체장간 도시락 오찬과 관련한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당선인은 '기탄없이 의견을 (제게) 전달해 달라'며 기업인들과의 핫라인을 구축해 나갈 것임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날 윤 당선인 좌측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우측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자리했다. 재계의 관심을 모은 윤 당선인 맞은편에는 경제 6단체장이 아닌 장제원 비서실장이 앉았다. 오찬 자리를 앞두고 윤 당선인 맞은편에 누가 앉을지를 두고 경제단체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는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찬 회동 추진 과정서 경제단체 간 미묘한 기싸움

복수의 경제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산하의 일정팀 관계자는 전경련 측에 먼저 연락해 일정을 조율해 달라고 전달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이 다른 경제단체에 이 같은 연락을 취했으나 다른 경제단체들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결국 당선인 측은 다시 경제단체들에 각각 연락해 일정을 조율했다.

전경련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K스포츠·미르재단을 위한 기업들의 후원금 모금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현 정부에서는 경제인 초청행사나 경제장관회의 초청 대상 등에서도 배제된 바 있다. 당시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전경련을 줄줄이 탈퇴하면서 입지가 약해졌다.


◆경제 6단체장, 윤 당선인에게 경제계의 애로사항과 새 정부에 바라는 점 등 전달

윤 당선인은 이날 단체장들과의 도시락 식사 전 가진 간담회에서 "정부는 인프라를 만들어 뒤에서 도와드리고, 기업이 앞장서서 일자리를 만들며 투자하고 크는 것이 나라가 커가는 것 아니겠나"라며 "기업이 더 자유롭게 판단하고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해 요소를 제거해 나가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제 성장을) 방해 요소가 어떤 것인지 많이 느끼고 아실 테니까 앞으로 그런 것들을 조언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손 회장은 윤 당선인의 기업 규제 완화 방침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며 노동 개혁, 중대재해처벌법 수정 등을 요청했다.

손 회장은 "우리나라는 기업 규제가 너무 많아 국내 투자 활성화와 신산업 진입 장벽을 없애기 위한 규제 개혁이 시급하다"며 "노동 법규 개선, 과감한 공권력 집행 등 노동 개혁도 당장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도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예방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의 요청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안전은 중요하지만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중대재해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동의했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수출입 물류 지원과 정부·산업계가 연계한 통상 협력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글로벌 공급망 문제는 무역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며 "자본이 부족한 우리에게 원자재 수입이 어려워지면 국가 경제와 산업 기관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 개별 대응이 어려운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 정부가 각별히 관심갖고 국가 정책적 관점에서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지금 우리 경제는 성장 동력이 약화된 상황"이라며 "4차 혁명 대응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허 회장은 "기업인들의 창의와 혁신은 4차산업혁명시대 핵심 역량"이라며 "그 바탕은 경제적 자유에서 나온다. 기업인들의 창의와 혁신 DNA를 발휘할 수 있도록 과잉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특히 우리 기업과 외국 기업의 대등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 등 현행 규제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은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신산업 발굴에 매진하겠다"며 "경제계도 경직된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미국·EU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경제 안보, 전략 산업 육성,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한 민·관 협동의 필요성과 소통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경제와 안보는 한 몸"이라며 "반도체·배터리·바이오 업종이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좀 더 과감하고 전략적인 생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경제·안보·정치 따로, 국가 전략 사업 따로, 지역 경제 살리는거 따로 추진하는 것보다 정책 재원 낭비 없이 경제 안보 문제, 지역경제 살리는 것, 국가 전략 산업을 다같이 연계해서 발전시키면 효율적으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민간이 활력을 더할 수 있도록 이런 정책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대한상의는 민간의 의견을 모으는 소통 플랫폼을 활용해 새 정부에 제안하겠다는 뜻도 전달했다. 그는"대한상의 소통 플랫폼에서 당선인에 바라는 제안을 2만건 정도 받았다"면서 "이를 잘 분류해 인수위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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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