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퇴원 후 친박 결집 양상…尹측, 친박 끌어안기 '고심'

대구 사저 5천명 결집…'정치 역할' 메시지
권영진·김재원 등 시장 후보군, '朴 띄우기'
朴·尹 '앙금' 여전…조원진 "사과해야" 촉구
정부 출범·지선 코앞…보수 대통합 '절실'
尹, 사저 방문·취임식 초청 '화해 제스처'
朴 최측근 유영하, 대구시장 출마 저울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원을 기점으로 친박 세력이 다시 결집하는 모양새다. 박 전 대통령이 대구를 중심으로 정치적 역할도 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박 끌어안기를 통한 윤석열 당선인의 '보수 대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을 만나려 하는 것에 대해 국민의힘이 적극 호응하는 이유다.



박 전 대통령의 퇴원 길에는 친박 인사들이 대거 모였다. 박 전 대통령이 퇴원한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앞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병세 전 외교부 장관 등이 병원 앞에 대기했다.

박대출·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민경욱·유기준 전 미래통합당 의원, 유정복 전 인천시장의 모습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유가읍 사저 앞 교차로에 등장하자, 5000여 명의 지지자들이 환호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낸 메시지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꿈들이 있다"며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다. 좋은 인재들이 대구에 도약을 이루고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작은 힘을 보태려고 한다"고 말했다. 6월 대구시장 선거를 앞두고 일부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현 대구시장 출마 후보군들도 박 전 대통령 '띄우기'에 나섰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옥중 그 힘든 시간 속에서도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이 사랑하겠다'는 어느 시민의 편지에 대통령님은 '따뜻한 편지를 받을 수 있는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라며 오히려 그분을 위로하셨다"라며 "저는 그것이 대통령님의 국민을 향한 진심이라 믿는다"라고 했다.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김재원 최고위원은 "앞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명예회복을 위해서 저도 도울 생각이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도 "개인적인 욕심은 없으며, 대구시장이든, 2년 후 총선이든 국민이 원하고 여건이 무르익으면 따르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은 아직 해묵은 앙금을 풀지 못한 상태다. 윤 당선인은 국정농단 수사를 맡아 박 전 대통령 구속을 주도했고,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선된 이후 별도의 소통을 하지 않았다.



'친박'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당선자의 진솔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탄핵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에 윤 당선인 측도 '친박' 끌어안기에 나섰다. 당선인 측은 친박 진영 에너지를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따라 새 정부와 지방선거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지층 분열을 막고, 대통합에 나서야 국정운영 동력을 얻을 수 있단 판단이다.

윤 당선인은 퇴원 당일 대구 사저에 축하 난을 전달하며 "퇴원하시고 사저에 오시길 기다리며 대구 경북 방문을 연기해 왔는데, 건강이 허락하신다면 다음 주라도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윤 당선인은 또 다음주 중 지방 순회 계획을 밝히며 박 전 대통령 사저 예방 의지를 전했다. 취임식 초청에 대해서도 "원래 전직 대통령 다 모시게 돼 있다"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반면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따른다. 윤 당선인이 친박과의 스킨십을 늘릴 경우, 검찰총장 당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고유의 색깔이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고리 권력과 소통 부족으로 탄핵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이준석 대표 등 '탄핵의 강'을 건넌 당내 인사들에게는 개혁에 역행하는 태도로 비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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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