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인정前' 입영거부…대법 "신념 진실" 무죄

양심적 병역거부로 기소돼…1·2심 엇갈려
1심 "종교활동 참석 적어…가족기대 영향"
2심 "형사처벌 감수하고 병역거부" 무죄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되기 전에 입영을 거부한 남성에 대해 대법원이 병역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처벌을 감수하면서도 병역을 거부했으므로 신념이 진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8년 입영통지를 받고도 입대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자신이 여호와의증인 신자로서 종교적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것이므로 병역법 88조 1항에서 예외로 인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A씨의 판결은 지난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판단 이후 나왔다. 당시 전합은 진정한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것이라면 병역법에 따른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병역거부자의 신념이 확고하고 진실한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 종교를 믿게 된 경위,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활동의 내용, 성장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A씨의 신념이 진실한 것인지를 두고 1심과 2심은 다른 판단을 내놨다.

1심은 "A씨는 부모님으로부터 벗어나 혼자 살게 된 2009년께부터 입영통지서를 받은 무렵까지 여호와의증인 정기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양심이 자신의 내면에서 형성된 게 아니라, 가족 등 주변인 기대에 부응하려는 현실적인 동기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하면서 계속 신앙생활을 했다는 점에 관한 자료는 가족들과 함께 참석한 기념식 등 사진에 불과하다"면서 "2020년 1월에서야 전도인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8월 침례를 받아 여호와의증인 신도가 됐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신도가 되기 전부터 여호와의증인의 교리에 맞는 생활을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A씨는 어려서부터 여호와의증인 신도인 어머니 등의 영향을 받았고, 2011년부터는 수혈거부라는 교리를 지키기 위해 관련 문서를 소지하고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가 형사처벌을 받거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폭력물 시청을 하거나 폭력적인 내용의 게임을 했다는 기록이 없다고 한다.

특히 A씨가 병역거부 결정을 내린 건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판단을 내놓기 전이라는 점도 판단 근거로 언급됐다. A씨로선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는데도 이를 감수하고 병역을 거부했다는 뜻이다.

2심은 "A씨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부과되는 의무를 모두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병역법상 규정된 대체복무에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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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