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산업부 블랙리스트' 전방위 압색…칼끝 청와대로 향할까

2019년 1월 고발 이후 3년2개월 만에 수사
박범계 "참 빠르네라고 표현했다"며 당혹
법조계, 환경부 사건과 비슷한 흐름 보여

문재인 정부 초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인사들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대선 이후 강제수사가 진행된 만큼 검찰의 칼끝이 청와대로 향할지 주목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검사 최형원)는 이날 오전부터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 25일 산업부의 원전 관련 부사를 비롯해 기획조정실, 운영지원과, 혁신행정담당관실에서 디지털 자료 등을 압수수색한 지 사흘 만이다.

이번 사건은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진행됐다. 지난 2019년 1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이인호 전 차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본격적인 수사가 3년2개월 만에 이뤄진 셈이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 이후에 관계자를 불러 사퇴하게 된 배경과 외부 압박이 있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대선 이후 갑작스럽게 진행된 압수수색을 두고 여권에서는 정치보복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동부지검에서 압수수색을 했다는 보고를 받고 '참 빠르네'라고 표현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1월 대법원이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교체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징역 2년이 확정된 만큼 본격 수사에 착수할 수 있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 전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서 사표를 받거나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고,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됐다.

법조계에서는 앞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유사한 결을 보이는 사건인 만큼 비슷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 A씨는 "검찰의 이번 수사가 일반적으로 보이지는 않아 보인다"며 "정권 교체기에는 기존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새로 수사를 벌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팩트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사퇴 종용이 실재했다고 하더라도 산업부 차원에서 선이 그어질 수가 있다. 윗선 수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법리를 검토했다고 하는데, 수사도 그와 같이 전개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