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정치' 뭇매 맞는 이준석, 당내 입지도 위축

李 '反페미니즘' 전략, 남녀 갈라치기 혐오정치 논란
이번엔 '장애인'과 대립각…한 목소리 질타하는 중진들
윤상현 "정치는 약자에 필요 이상의 관심을 가져야"
이준석의 '머니볼식' 정치?…"정치 목적은 승패가 아냐"

30대 당 수장에 오르며 정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혐오 정치인'으로 낙인찍혀 급전직하하고 있다. 차세대 리더로 꼽혔던 그는 구태 정치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통령선거 기간 세대 결집 전략을 목표로 내놨던 '여성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국가 차원의 보호가 필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는 오히려 여성들을 더불어민주당으로 결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겨우 0.7%포인트 격차로 신승를 거둔 것도 이 대표의 반(反)페미니즘 전략이 역효과를 냈기 때문이라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최근 이 대표의 과녁은 여성에서 장애인으로 변경됐다. 그는 이동권 시위를 하는 장애인 단체를 향해 '약자가 아니다' '국가가 보호할 의무가 없다'는 메시지는 물론 공권력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 대선 기간 이 대표의 반(反)페미니즘 발언이 '전략'으로 먹혔던 가장 큰 이유는 그가 페미니즘을 때릴 때마다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반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선을 60여일 앞둔 가운데 나온 '장애인'과의 싸움은 분위기가 다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가 여성들과 싸울 때도 긴가민가했지만 중진들 사이에서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그게 맞나'라는 자기검토가 있었다. 그런데 대선 결과를 보니 정답이 아니었던 것이다"라며 "우리 당이 이 대표에 원한 건 보수의 개혁이었지 약자와의 싸움을 통한 지지율 올리기가 아니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목소리 내는 중진들…윤상현 "정치는 따뜻한 피를 가진 사람의 일"

국민의힘 '어른'들도 이준석 대표의 발언을 질타했다. 4선의 윤상현 의원은 29일 이 대표의 발언을 지적하며 "약자인 장애인이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모든 정책과 행정을 합리와 효율, 논리만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정치를 인공지능(AI)에게 맡기면 될 일이다. 사람이 정치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정치는 약자에게 '필요 이상'의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따뜻한 피와 가슴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국민의힘은 이제 집권여당이다. 국민의힘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에, 약자에게 더 따뜻하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고 썼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 수석대변인을 맡았던 이양수 의원은 이날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이 사회가 좀 더 좋아지려면 많은 진통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장애인 시위의 당위성을 옹호했다.

이 의원은 "정치권에서 미리 장애인들의 이동권과 교육권, 노동권들을 다 해결했다면 저 분들이 지하철로 가실 필요가 없었을 거고, 안 가셨다면 출근길 국민들이 불편을 입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며 "그 분들에게 제대로 된 편익이 다 주어질 수 있을 때까지 국가는 계속해서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운증후군 딸을 키우고 있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도 이 대표가 장애인의 이동권 시위를 '비문명적 시위', '시민을 볼모 삼아'라고 표현한 것을 꼬집었다.

그는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면서 수없이 좌절하고, 현실에 부딪히면서 느꼈던 것은 바로 법과 제도가 제대로 안되어 있으면 떼법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라고 토로하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나라가 선진국이라 하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준석의 '머니볼' 정치?…"정치 목적은 승패가 아냐"

이준석 대표가 말하던 '머니볼식 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도 감지된다.

영화 '머니볼'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한 야구구단 단장이 데이터에 의존해 선수를 선발하고 과학적인 경기를 치러내며 오합지졸이었던 구단을 승리로 이끈다.

이 대표는 대선 기간 언론사 인터뷰에서 이 '머니볼'을 자주 언급하며 "선거 풍토라는 것도, 제발 사람의 감이나 이런 것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와 직접 소통하면서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그런 선거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의 머니볼식 정치 계산이라면 장애인보다 비장애인의 손을 잡는 게 맞다. 유권자의 대다수는 비장애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는 야구와 다르다. 정치는 단순히 승리와 패배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는 이기기 위해 하는 게 아니다"며 "이기기 위해 공공선을 무너뜨렸을 때 우리 사회가 겪어야 할 후퇴에 대해 고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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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허 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