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전 VIK 대표 '강요미수 공모' 의혹
2년전 MBC가 보도…기자는 재판넘겨져
한동훈폰 해제 실패…"계속할 필요 없어"
檢 "기자와 공모했단 증거도 나오지 않아"
MBC, 무혐의…'제보자X'는 명예훼손 기소
중앙지검, 지연논란 끝에 회의 열고 결론
검찰이 '채널A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의 공모 혐의를 인정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 의혹이 제기된 지 2년여 만에 수사가 종결된 것이다.
해당 의혹을 처음 보도한 MBC 관계자들 역시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다만 '제보자X' 지모씨는 검찰 간부의 가족이 수백억원을 요구했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선혁)는 이날 강요미수 혐의로 고발된 한 검사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MBC는 지난 2020년 3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비위를 털어놓도록 강요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당시 보도에는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한 검사장과의 친분을 언급했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에 검찰은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와 공모했을 수 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결과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와 공모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검찰은 한 검사장의 아이폰 휴대전화를 압수해 2020년 6월 처음 디지털포렌식을 시도했지만 비밀번호를 알지 못해 잠금을 해제하지 못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7월 다시 디지털포렌식에 나섰지만 현재 기술력으로는 잠금해제가 어려운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숫자와 문자가 결합된 비밀번호를 해제하기 위해선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입력해야 하는데, 지금의 기술로는 언제 해제될지 가늠이 어렵고 오랜기간 무한정 해제를 시도하는 것도 수사의 상당성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게다가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의 범행에 공모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도 했다.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와 역할을 나눠 범행에 나섰다거나, 직접 전체 범행을 주관하며 이 전 기자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기능적 행위지배자'로 볼 만한 정황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해당 의혹을 보도한 MBC 관계자 7명에 대해서도 무혐의 및 각하 처분했다.
MBC 관계자들은 채널A 사건을 보도해 이 전 기자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또 '제보자X' 지씨를 내세워 이 전 기자에게 유 전 이사장의 비위를 알려줄 것처럼 속여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MBC 관계자들이 허위사실을 유포했거나 이 전 기자를 속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제보자X' 지씨 역시 업무방해 혐의에 관한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분됐다.
다만 지씨의 경우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씨는 이 전 기자에게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쪽에서 윤 전 서장을 통해 이철 전 대표에게 100억원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말한 혐의를 받는다. 윤 전 서장은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의 친형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수사에 나선 지 4개월 만인 지난 2020년 8월 이 전 기자 등을 재판에 넘겼지만, 한 검사장에 대해선 이렇다 할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었다. 이 전 기자 등은 지난해 7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그동안 일선 수사팀에선 한 검사장의 강요미수 공모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보고했지만,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무혐의 처분을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계속되자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일 "최근 수사팀 단계에서 사건처리에 관해 논의한 것은 사실이나 지검장까지 정식 보고되지는 않은 상태였고 반려한 사실도 없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수사팀은 지난 4일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정식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수사팀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한 검사장의 혐의를 입증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냈고, 이 지검장은 최종 무혐의 처분을 위한 보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 지검장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 3명, 부장검사 8명, 인권보호관과 함께 차장·부장 전체회의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다.
참석자들은 한 검사장의 사건 처리를 늦출 경우 그의 불안정한 지위가 계속되고 억측성 논란이 야기된다며, 수사의 상당성과 형평성을 감안해 신속한 결론을 내리는 게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과 반대 논리를 가진 '레드팀'도 꾸려져 설명과 토론을 거쳐 결론을 도출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막으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회복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채널A 사건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측근인 한 검사장이 연루됐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박탈된 상황이다. 박 장관은 이를 원상회복하라고 지시해 법무부 검찰국 등에서 검토가 이뤄졌으나, 언론 보도가 나와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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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