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병원 직원·가족 진료비 감면, 위법 아니다"

병원 등 의료기관이 직원 복지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직원 및 가족 진료비의 본인부담금 감면' 행위가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달 31일 병원 직원과 가족들의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을 일부 할인해줬다며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정근안과병원 정근 원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 원장은 지난 2014년 7월21일부터 2019년 5월23일까지 정근안과병원 소속 의사, 직원, 가족, 친인척, 진료협력계약을 체결한 협력병원 직원, 가족 등에 한해 일정한 감면기준을 적용해 진료비 중에서 본인부담금을 할인했다.

부산진보건소 등은 지난 2019년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에 소개·알선·유인했다는 혐의로 형사고발했으며 검찰은 정 원장에게 벌금 70만원 약식 명령을 고지했고, 정 원장은 이에 불복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20년 11월 부산지방법원 형사4-3(전지환 부장판사)는 직원 가족에 대한 진료비 감면으로 인한 환자 유인행위 등의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근안과병원 정근 원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70만원(선고유예)의 1심 유죄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근안과병원의 '직원 등 진료비 본인부담금 할인' 행위가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감면 대상과 범위, 감면횟수 등을 고려할 때 의료시장의 질서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당시 판결문에서 "본인부담금 감면행위가 의료법 '제27조 3항'이 금지하는 유인행위에 해당하려면 단순히 본인부담금 감면행위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이 입증돼야 한다"면서 "기망 또는 유혹의 수단으로 환자가 의료인과 치료 위임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거나, 환자 유치 과정에서 환자 또는 브로커에게 금품을 제공하거나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치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서 환자 유인행위로 처벌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직원들을 위한 후생복리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근안과병원의 '진료비 본인부담금 할인' 행위는 '영리 목적의 환자 유인 행위'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법원에서도 지난달 31일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 재판부는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 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죄'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무죄선고 이유를 밝혔다.

정 원장은 "처음 검찰의 약식명령을 그대로 받아들이려 했으나, 똑같이 진료비의 직원 감면 복지 혜택을 도입해 시행하는 많은 의료기관들이 앞으로도 사사건건 행정기관이나 민원인들에 의해 고소·고발이 휘말릴 것을 우려해서 힘겨웠지만 끝까지 법정투쟁을 해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 대한 최초 무죄 판결로 의료기관이나 의료인들은 이 판례를 근거로 향후 억울한 사법처벌과 행정처분 등을 피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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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