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부 인사 등 대대적 조직 변화 불가피
정권 겨누다 좌천된 인사 대거 기용될 듯
이성윤 고검장 등 친여권 인사 단행 예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지목하며 검찰 인사가 격랑 속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한 검사장이 풍파 끝에 법무부 수장으로 부활을 예고하며 검찰 조직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13일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차 조각 인선에서 한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윤 당선인이 한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것은 그동안 거론됐던 서울중앙지검장, 수원지검장 등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강행하고 있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이 통과될 경우에 대응한 수로 풀이된다.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폐지하는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될 경우 검사장의 지위 약화는 불가피하다. 수사권을 내준 검찰이 기소 및 공소 유지 기능만 유지하면서 '식물화'될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 장관의 경우 검찰 인사권 등을 행사하게 된다.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에 검사 임명과 보직에 대해 제청할 수 있는 권한도 지닌다.
한 검사장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검찰은 대대적인 인사 폭풍이 예고된다.
한 검사장 자체가 문재인 정권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등으로 '미운털'이 박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한직을 전전했던 인물이다. 윤 당선인의 사법연수원 4기수 후배인 한 검사장은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맡았고, 검찰총장 당시에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적폐청산 수사를 담당했다.
그러나 2019년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다 정권의 눈 밖에 난 뒤 한직을 맴돌았다. 지난해 6월까지 그는 4차례에 걸쳐 좌천되는 수모를 겪었다.
한 검사장의 복귀와 함께 현 정부 들어 정권 실세 관련 수사를 담당하다 좌천된 검사들이 요직에 대거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윤 당선인은 대선 국면에서 한 검사장 등 좌천된 인물들을 두고 "검찰 인사가 정상화되면 각자 다 중요한 자리에 갈 것이라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수사했던 이두봉 인천지검장과 박찬호 광주지검장,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지낸 이원석 제주지검장 등이 중용될 것으로 점쳐진다.
반면 현 정부에서 친정부 성향을 보여왔던 검사들의 경우 인사 폭풍을 피해가지 못할 전망이다.
친정부 검사로 앞장서 온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았던 1년6개월 동안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채널A 사건' 무혐의 결재를 거부했다.
추 전 장관과 윤 당선인의 갈등 국면에서 검찰 내 윤 당선인의 징계를 주도했던 검사들도 인사 대상에 포함될 확률이 크다.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은 추 전 장관 재직 당시인 2020년 8월 법무부 검찰국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심 지검장은 당시 자신이 대검 반부패부장에 있을 때 보고받은 '판사 사찰 문건'을 추 전 장관에게 제보하고 윤 당선인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징계위원회에서 윤 당선인에 대해 불리한 진술서를 제출한 김관정 수원고검장, 감찰을 주도했던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윤 당선인의 검찰총장 징계 처분 취소 소송 재판에서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방해가 있었다고 주장한 이정현 대검공공수사부장 등도 친여권 인사에 포함된다.
한 검사장은 이날 인수위의 내각 발표 이후 "인선은 어차피 공직자 인사라는 건 수요자인 국민 눈높이에 봐야 하고, 일을 잘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검사가 일을 잘한다는 얘기는 정의감과 공정의식이 투철하고 이쪽저쪽 안 가린다는 것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을 위주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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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