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판매 시장 개방?…신재생 직접거래 확대 수준인 듯

인수위 'PPA 허용 범위 확대' 발표 여진
신재생 골라 구매하는 PPA 제도 확대
석탄 등 다른 발전원까지 적용은 아냐
이창양 "공공성 지켜나가며 보완 조치"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에너지정책 정상화 방안' 발표 이후 전력 시장 민영화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인수위가 한국전력(한전)의 독점 판매 구조를 점차 허물겠다고 언급해, 새 정부가 사실상 단계적 민영화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인수위가 언급한 '전력구매계약(PPA) 허용 범위 확대'는 발전 단가가 비싼 신재생에너지에만 국한된 만큼, 전체 전력 시장의 민영화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인수위는 지난달 28일 브리핑에서 "PPA 허용 범위 확대 등으로 한전의 독점 판매 구조를 점차 허물고, 다양한 수요 관리 서비스 기업을 키우겠다"며 "이를 통해 경쟁과 시장 원칙에 기반한 에너지 시장 구조 확립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독점 구조를 허문다'는 표현은 사실상 시장 개방, 민영화를 뜻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공공재 성격을 지닌 필수재인 전력이 민간의 영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전력 그룹사 및 자회사 노동조합 연대체인 전력산업정책연대는 지난 6일 성명에서 "한전의 전력 시장 독점 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방하고 경쟁과 시장 원칙에 기반한 신시장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것은 우회 민영화 시도"라고 비판했다.

연대는 "시장을 개방하며 들어올 주체는 대기업뿐"이라며 "전력 산업은 규모의 정체성 때문에 대형 전력 공급사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고, 이들은 시장 지배력과 이를 통한 독점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설비투자는 뒷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연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질타가 쏟아졌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PPA 허용 범위 확대 등을 통해 한전 독점 판매 구조를 개방한다고 밝혔는데 전력 시장을 민영화한다는 것인가"라며 "이 범위를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수소, 원자력 등 에너지원별 공급자가 직접 소비자를 만날 수 있게 시장 장벽을 허물겠다는 건데 사실상 전력 도매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이므로 단계적 전력 시장 민영화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창양 후보자는 "(전력 민영화를 하려는) 그런 의도가 전혀 아니다"라며 "재생에너지만 그런 (PPA 확대) 범주에 속하고, 나머지 발전원에 대해서는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금도 하고 있는 PPA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하도록 기준을 조정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뜻"이라며 "전기는 공공성이 아주 강한 재화다. 공공성은 절대 훼손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공공성을 꼭 지켜나가는 방향에서 전력 시장 효율화를 이루는 보완적 조치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즉 새 정부는 현행 PPA 제도의 재편이 아닌 활성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의미다. PPA 제도를 적용하는 영역은 재생에너지로 유지하되, 시장 규모만 키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행 전기사업법상 한전은 전기 판매·송배전망 독점 사업자다. 다만 지난해 신재생공급사업자에 한해 직접 PPA를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에 한해서만 전력 판매 시장이 일부 개방된 셈이다.

PPA 제도는 산업계의 'RE100(재생에너지 전력 100% 사용)' 과제 이행을 위한 수단 격이다.

한전은 발전 방법에 따라 전력을 구분해서 팔지는 않아, 국내 기업들의 RE100 이행 수단은 직접 발전 설비를 설치하거나 녹색 프리미엄,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등으로 좁혀졌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도입된 직접 PPA는 한전의 중개를 거치지 않고 발전사와 사용자가 직접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거래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한전이 중개자로 참여해 망 이용료 등을 받는 방식은 '제3자 PPA'다.

기업은 PPA를 통해 공급받은 재생에너지 전력에 대해 RE 100 이행 실적과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인정받게 된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만 골라 공급받을 수 있는 PPA 제도는 탄소중립으로 인한 무역장벽을 넘어서야 하는 산업계 쪽에서 수요가 점차 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도매가격(SMP)이 소매가격인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높아, 큰 메리트가 없어 참여가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맹점도 있다.

이에 새 정부가 기존 PPA 시장 확대를 위해 발전 사업자, 민간 중개 서비스 업체 등에 혜택을 주면 참여를 유인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소비자인 기업 입장에서는 선택지를 더 늘리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수위가 언급한 PPA 허용 범위 확대는 재생에너지 직접 구매에 대한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민영화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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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