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비방 교육감 선거…교육계 "학생들 보기 부끄럽다"

교원단체 "후보 욕설…학생들에게 부끄러워"
학교 노조 "정책 실종…단일화·진영 논리 잠식"

 오는 6월1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최근 후보자 간 '욕설 논쟁' 등으로 얼룩진 데 대해 교육계 구성원들이 진보·보수 성향을 떠나 일제히 유감을 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를 비롯한 5개 교원단체 서울지부 대표들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교육감 후보들을 향해 "학생들에게 보이기 부끄럽다"며 "정책 선거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화익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팀장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정치적 이해 득실만을 따지거나 근거 없는 상호 비방 등 우리 아이들 앞에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길 바란다"며 "정치 공학이 아닌 서울 교육 정책 자체를 갖고 후보들 간 상호 열띤 논쟁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선거 기간 비교육적이라고 느낀 사례'를 묻자 박근병 서울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중도·보수진영 단일화 속에서 원하지도 않는 불특정 다수에게 경선 참여 문자를 보내거나, 후보가 녹음을 해서 공개적으로 입에 담지도 못할 'XX'같은 용어들을 뱉은 것" 등을 언급하며 "서울 교육의 수장을 뽑는 선거에서 교사들은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김성일 서울교총 회장은 "여기 모인 5개 단체가 이념적으로 다를 수 있고 각자 생각도 다르다"면서도 "교육감 선거만큼은 순수하게 교육적으로 봐야 하지 않냐는 면에서 5개 단체가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장이 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책이 실종된 교육감 선거를 우려한 것은 교사들만이 아니었다.

앞서 교사·공무원·교육공무직 연대도 이날 오전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교육감 후보자들에게 "진영 선거가 아닌 정책 선거"를 촉구했다. 전교조, 공무원노조 교육청본부, 학교비정규직노조, 교육공무직본부 등 4개 학교 노조가 이날 회견에 함께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당 정치가 배제된 교육감 선거야말로 교육 정책이 부각돼야 마땅한 선거지만, 정책 이슈는 없고 각 진영의 단일화 여부와 세력 대결이 선거의 전부가 되는 양상"이라며 "정책 없는 선거를 깊이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정책 선거'를 향한 염원을 담아 서울교육감 후보들에게 5개 정책 요구안도 제시했다.

이들은 고교 서열화 해체를 통한 경쟁교육 해소와 충분한 교육재정 확보를 후보들의 공약으로 촉구했다. 돌봄 등 분야에서 교내 행정 업무와 수업 업무를 분리할 방안을 마련하고, 학교 노동인권 교육 강화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할 것도 요청했다.

학교 노조 대표들은 "이상의 정책 과제 외에도 수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며 "우리는 정책 선거를 위한 후보자들의 책임과 유권자 행동을 촉구하며 선거 이후에도 지속적인 연대와 공동 실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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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