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넘어 6%대?…하반기 물가 상승률 IMF때 넘어서나

추경호 "일정 기간 5% 넘는 숫자 보게될 것"
이창용 "오는 5~7월 5% 넘길 가능성 확정적"
상승 압력 높아지는 가운데 대규모 추경 예고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에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 상승 폭인 6%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기관 간담회'를 마친 이후 기자들을 만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일정 기간 5%를 넘는 숫자를 여러 형태로 보게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를 기록하면서 13년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이달에는 더 높은 수준의 증가세를 예상한 것이다. 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하면 2008년 9월(5.1%) 이후 14년여만에 최대치를 갈아치우게 된다.

정부는 물론 한국은행도 5%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5~7월은 저희 판단으로 5%가 넘는 숫자가 나올 가능성이 확정되다시피 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물가가 언제 정점일지는 유가나 우크라이나 사태, 공급망 교란 등에 따라 다르다"며 "이런 요인이 연말 정상화 된다는 가정에서 보면 물가 정점이 상반기보다는 중반기를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은은 같은 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5%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2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3.1%)보다 1.4%포인트(p) 높다. 이 예상이 맞을 경우 2008년(4.7%)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올해 초에는 3%대 중반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이보다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지난 1월과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3.6%, 3.7%이며, 이후 3월(4.1%)에 4%대로 올라섰다. 단순 계산하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 전망치인 4.5%를 기록하려면 남은 5~12월의 평균 상승률은 5%에 육박해야 한다.

연말로 갈수록 물가 상승 폭이 축소될 수 있다고 본다면 정점기에는 6%대까지 물가 상승률이 뛸 수 있다고 어림잡아도 큰 무리는 아니다. 6%대 물가를 마지막으로 기록한 시기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6.8%)이다.

역대 가장 많은 59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는 기존 최대치였던 2020년 3차 추경(35조1000억원)과 지난해 8월 2차 추경(34조9000억원)을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더군다나 지난 2월 이미 16조9000억원 규모의 올해 첫 추경을 편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반기에만 약 77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풀리는 셈이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9조원 규모의 2차 추경이 편성될 경우 물가를 0.16%p 끌어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물가는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경기 침체가 더해지는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역시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를 제어하기 위한 금리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물가는 추가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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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