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참패 정의당도 혼돈…"비례대표 총사퇴" "심상정 정계은퇴"

'새로운 진보' 그룹, 비례 총사퇴 등 7대 요구
노동·젠더 노선 논쟁…진보당 통합 주장 '혼란'
비대위 방향도 갑론을박…관리형·혁신형 기로

정의당이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모두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뒤 혼란이 극에 달하면서다.

일부 당원들이 비례대표 의원 총사퇴와 심상정 의원의 정계은퇴를 요구하고 나섰고, 혼란을 수습할 비상대책위원회 방향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진보정당 노선에 대한 근본적인 숙의와 재창당 수준의 변화 없이는 소멸 수순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당내에 번지는 양상이다.



정의당 내 의견그룹을 표방하는 '새로운 진보'는 8일 ▲비례대표 의원 총사퇴 ▲외부인사 주축 혁신 청문회 실시 ▲고위당직자 윤리위원회 설치 ▲새로운 복지국가 비전위원회 설치 ▲청년·여성 할당제 폐지 ▲대의원 제도 폐지 및 당원 총투표 권한 강화 ▲당원게시판 공개 등의 이른바 '7대 혁신 요구'를 제시했다.

오는 11일에는 여의도 정의당 당사 앞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도 예고됐다.

일반 당원들이 주축이 됐다는 이 집회 주최측은 당원게시판에 글을 올려 "비례대표 국회의원 전원 사퇴 촉구한다. 심상정 전 대표의 정계은퇴 선언 촉구한다. 혁신비대위 구성을 통한 강력한 당 쇄신 추진을 강력 권고한다"고 적었다.

'새로운 진보'는 과거 진보정당에 합류했던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 참여계가 주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때 정의당이 당시 정부여당인 민주당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는 것에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젠더 이슈에도 적대적이다. 류호정·장혜영 의원이 박 전 시장 조문을 거부한 것에 반발해 집단 탈당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원 게시판에 올린 7대 혁신 요구 관련 글에서도 "노동자와 시민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비호감 지적질 페미 정당이라는 인식이 정의당의 현주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안티 페미니즘' 성향 당원들의 목소리에 전통적 진보 이슈인 노동 문제가 그간 경시돼왔다는 당원들의 불만이 겹쳐 정의당 노선 갈등 문제로 비화되며 상황이 복잡해졌다는 시각도 있다.

정의당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지금 이대로 가면 다음 총선에서 우리당은 잘 되면 한 명이고 안 되면 아무도 당선될 수 없다. 이 지지율이면 한 석도 안 나온다"이라며 "뼈를 깎는 쇄신이라는 점에서는 비례대표 사퇴 요구 자체가 아예 잘못됐다고는 보지 않는다. 간부층에서도 이 주장에 동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 정의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2명, 기초의원 7명 등 9명을 배출하는 데 그쳤다. 4년 전 선거에서 37명이 당선됐던 데 비하면 참담한 결과다. 각각 경남지사와 인천시장에 도전했던 여영국, 이정미 전 대표도 선거비용 보전은 고사하고 득표율 5%의 벽을 넘지 못했다.

나아가 정의당 일각에선 광역·기초의원 21명을 당선시킨 진보당과의 이른바 진보 대통합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나, NL계열 경기동부연합과 울산연합이 주류인 진보당과 PD계열이 주축인 정의당의 통합은 도리어 해묵은 정파 논쟁만 부활시키며 혼란을 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진보당과의 통합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또다시 정파연합당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통합하는 순간 도로 통합진보당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그 순간 이 당에서 절반 이상이 탈당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대표단이 총사퇴한 후 구성될 비상대책위원회를 놓고도 잡음이 일고 있다. 당직선거를 앞당겨 8월에 실시하면서 당내 인사로 '관리형 비대위'를 세우자는 축과, 기간을 길게 두고 진보진영 외부 인사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혁신형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는 축이 팽팽히 맞선 상황이다.

또다른 정의당 관계자는 뉴시스에 "인적 쇄신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누군가를 쳐내는 방식은 전혀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젠더냐, 노동이냐는 식의 논쟁도 맞지 않는다"며 "그간 묵혀놨던 해묵은 논쟁거리를 풀어가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8일 광역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 10일 전국 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의견을 수렴한 후 12일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 구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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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허 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