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금리인상으로 타격받는 신흥국들…인도 등 부채 급증

外인투자자 자산 유출, 채권 수익률 상승 등
23개국 장기채권 수익률, 美채권보다 8%p 높아
브라질·칠레 등 통화도 달러 대비 3% 이상 하락

 최근 상승하는 인플레이션과 금리에 신흥국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저소득국가에 본격적인 부채 위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투자자들이 신흥국에 투자한 자산을 안전한 수익률을 위해 빼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높아진 신흥국 채권 수익률과 매달 자본 유출 흐름은 이러한 우려의 신호로 여겨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5일 1994년 이후 가장 큰 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이는 신흥국 통화 약세와 자본 유출을 가속화하는 조치로 신흥국 금융시장의 부채와 인플레이션을 가중할 위험이 있다.

브라질 헤알화에서 칠레 페소화까지 통화는 이달 17일까지 미국 달러화 대비 3% 이상 하락했다. 24개 신흥국의 주식을 추적하는 MSCI 신흥시장 지수는 연준의 금리인상 발표 이후 4.7% 하락했다.

경제학자들과 투자자들은 한 나라의 위기가 다른 나라에까지 파급되는 것에 대한 위험은 현재로서는 억제된 것 같아 보이지만, 부채가 많은 정부의 부담을 완화하고 취약한 은행 시스템을 지원하는 노력을 다시 하지 않으면 위기가 더욱 가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리랑카, 잠비아, 레바논을 포함한 국가들은 이미 위기 범주에 있으며 대출을 제공하거나 부채를 재조정하기 위해 국제적인 도움을 구하고 있다.

신흥 시장에 대한 부담은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에 역풍을 더한다. 세계는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가장 약한 경제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이며, 내년에도 완만한 성장세가 그려질 전망이다.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이 미국의 성장을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휘청거리고 있고, 중국 경제는 정부의 엄격한 코로나19 봉쇄책에 발목 잡혀 있는 모양새다.

신흥시장은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휘말려 있다.

세계은행(WB)은 이달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식량과 에너지 가격 급등 등의 영향을 이유로 올해 개발도상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6%에서 3.4%로 낮췄다.

WB은 최근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금융 스트레스는 국가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1980년대 초 중남미 채무 위기 등 이전에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금리 상승이 신흥시장 위기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23개 국의 장기 채권 수익률은 현재 미국의 장기채권 수익률보다 8%p 이상 높아져 재정난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채권 수익률이 높아지면 채권 가격은 내려간다.

유럽에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중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아프리카에서는 에티오피아, 가나, 모잠비크, 아시아에서는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이다.

컨설팅업체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레바논의 장기채권 수익률은 미국 채권의 수익률보다 32%p 높다.

딜로직 자료에 따르면 신흥시장 채권 발행은 지난해와 비교해 43% 감소했다. 올해 현재까지 발행된 금액은 2635억 달러로 2016년 이후 가장 낮다.

BNP파리바 이머징마켓 경제분석가 루이스 에두아르도 페이소토는 "지금은 국제 시장을 공략하기에 유리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WB에서 거시경제, 무역 및 투자 담당 이사를 맡고 있는 마르첼로 에스테반은 2011년과 2018년 사이 세계 최빈국의 공공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평균 18% 증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부채 상황의 씨앗은 코로나19 시대 이전에 뿌려졌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0년 최빈국 중 약 60%가 빚더미에 올라섰거나 이미 곤경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유행이 길어지면서 부채는 계속 쌓여왔다.

WB 추정에 따르면 중저소득국가의 외국계 대출차 부채는 2021년 평균 6.9% 늘어난 9조3000억 달러였다. 이는 2020년 5.3%의 증가 속도보다 빠르다.

이 금액의 대부분은 중국, 인도, 브라질을 포함한 10대 대출자들이 빚진 것이다. 인도의 부채는 9% 증가했고, 이집트 13%, 페루 22%, 파키스탄 23% 순으로 늘었다.

금리 상승과 성장 약세, 물가 폭등은 정부 세입을 감소시키고 가난한 나라들이 대출금을 갚기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원자재 가격의 급등은 이집트나 엘살바도르와 같이 식량과 에너지를 포함한 필수품을 순수입하는 부채가 많은 나라들의 고통을 가중한다.

또 파푸아뉴기니, 피지, 잠비아 등은 변동금리에 따른 대외채무 비중이 50% 이상이라 추가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금리가 오를수록 지급해야 할 이자가 늘고, 국내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외화 부채는 상환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 사무총장 레베카 그린스판은 오늘날 도미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채무 위기 위험은 코로나19 대유행 때보다 더 크다"고 강조했다.

WB을 비롯한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각국 정부와 국제 채권단이 위험을 줄이고, 성장을 촉진하는 경제 개혁을 시행하며, 가능한 한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그들이 가진 숨통을 터야 한다고 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글로벌 전략 및 신흥시장 연구 책임자이자 전 IMF 관리인 가브리엘 스턴은 "결국 정책이 바로잡지 않으면 위기를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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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