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추징 피하려 소유권이전…정부, 1년내 취소소송 내야"

정부 사해행위 취소소송 패소 원심 확정
배우자에 부동산 증여한 뒤 재판 넘겨져
추징 결정되자 정부는 계약 취소소송 내
1·2심 "1년 넘겨 소송…부적법하다" 각하

 범죄로 얻은 수익에 대한 추징을 피하려 다른 사람에게 소유권을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면, 정부는 그러한 상황을 알게 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취소소송을 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정부가 A씨를 상대로 낸 사해행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의 배우자인 B씨는 지난 2017년 8월부터 2018년 3월까지 관세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이후 B씨는 2018년 11월 A씨에게 부동산을 증여한 뒤 한 달여 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2019년 1월 유죄가 인정됐는데 당시 법원은 그에게 1억4000만여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이에 정부는 B씨가 범죄 수익을 처분하는 것을 막기 위해 A씨가 증여받은 부동산에 대해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했다.

법원은 2019년 2월15일 추징보전명령을 결정했으며, B씨에 대한 판결은 같은 해 5월 확정됐다. 아울러 정부는 B씨가 추징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부동산을 A씨에게 증여했다며 해당 계약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정부가 기한 내에 소송을 내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민법 406조에 따르면 채무를 갚아야 할 사람이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이의 권익을 침해할 목적으로 어떠한 법률 행위(사해행위)를 했다면, 채권자는 해당 법률 행위를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소송은 채권자가 취소사유를 알게 된 날로부터 1년, 법률 행위가 있던 걸 인지한 시점을 기준으로 5년 내에 제기해야 한다. 여기에서 1년은 단기 제척기간으로 불린다.

이 사건의 경우 정부는 추징보전명령 결정이 내려진 지난 2019년 2월15일 취소사유를 알게 됐는데,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20년 2월24일 소송을 내 적법하지 못하다는 게 1·2심의 설명이었다.

대법원도 범죄수익의 처분을 막기 위한 추징금과 관련한 소송은 1년의 단기 제척기간 안에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추징금을 내지 않으려 재산을 처분하거나 양도하는 등 사해행위를 저질렀다면, 이를 취소하기 위한 소송은 민법에서 정한 제척기간 내에 청구돼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비록 추징금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어도, 향후 추징금을 받아낼 수 있는 권리가 성립될 것이라는 개연성이 충분하면 제척기간이 끝나기 전에 소송을 내야 한다. 추징금에 대한 채권이 성립되기 이전에도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낼 수 있다는 취지다.

B씨 사건의 경우 재판부는 1·2심과 달리 정부가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한 지난 2019년 1월28일 취소사유를 알았던 것으로 봤다. 물론 이처럼 기준 시점을 계산해도 1년의 단기 제척기간 내에 소송이 제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유지했다.

한편 대법원이 추징금을 받아내기 위한 소송과 관련해 일반적인 사해행위 취소소송과 마찬가지로 1년의 단기 제척기간이 적용된다는 판단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판결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B씨처럼 추징금을 피하려는 이들을 민사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취소소송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국가가 국민의 재산을 부당하게 추징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1년의 단기 제척기간 내에 소송을 청구해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양자간 균형을 도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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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