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보금자리론 금리 연 4.70~4.80% 육박
2년 전 매수자 "초저금리 시기 잘 맞춘 듯"
서울 6억원 이하 아파트…전체 7.6% 그쳐
이달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둔 신모(31)씨는 보금자리 대출 실행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보금자리론 금리가 4.7~4.8%에 달해 시중은행 대출금리보다도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신씨는 "30년 이상 고정금리라는 안정성 때문에 보금자리 대출을 선택했지만 혜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시중은행 대출보다 손해를 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심지어 은행에서도 보금자리론 신청을 하러 온 고객들을 말리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보금자리론은 정부 주도로 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원(신혼부부 연 8500만원) 이하 가구에게, 시세 6억원 이하의 주택 구입 자금을 최대 3억6000만원까지 고정금리로 빌려주는 상품이다.
자금 여력이 없는 30~40대 실수요자에게는 사실상 유일한 내 집 마련 수단으로 통했지만 최근 금리가 오르고 6억원 이하 아파트가 사라지면서 막상 대출 정책 활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의 7월 보금자리론 금리는 연 4.70~4.80%(30년 만기·고정)에 달한다. 약 2년 전(2.45%)보다 2%포인트 이상 오른 수치다.
만약 3억원을 대출받는다고 치면 2년 전에 비해 원리금균등방식으로 매달 39만6417만원의 상환금을 더 내야한다. 총 대출이자를 따지면 1억4271만원을 더 내야하는 것이다.
지난 2020년 1월 실거주용으로 구축 아파트를 산 조모(59)씨는 "당시 전세로 살던 집을 매수하면서 약 2.4%대 금리로 보금자리 대출을 받았는데 초저금리였던 시기를 잘 맞춘 것 같다"며 "시중금리가 올라도 우린 신경 쓸 필요가 없어 다행인데 요즘은 보금자리 금리도 거의 두 배라 다들 머리가 복잡할 것 같다"고 전했다.
설상가상 보금자리론의 대상인 6억원 이하 주택도 서울에는 거의 사라져 대출상품 자체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서울 지역 6억원 이하 아파트는 9만1750가구로 전체의 7.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5년 전인 2017년 5월 그 비중이 61.7%(78만7277가구)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70만 가구가 줄었다.
지역별로는 강북구(98.01%→6.48%)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가 가장 큰 폭으로 줄었고, 그 뒤로는 성북구(95.03%→4.66%), 관악구(96.99→10.27%), 동대문구(89.1%→3.1%) 등이 뒤를 이었다. 현재 도봉·금천·노원·중랑·구로·관악구를 제외한 19개 구 모두 그 비중이 10%를 밑돌고 있다.
한편 정부는 내달부터 보금자리론·적격대출의 최장 만기를 40년에서 50년으로 연장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전문가들은 6억원 이하 아파트 자체가 크게 줄어들다보니 정책 활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한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전처럼 줄어드는 속도가 빠르진 않겠지만,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며 "새 정부에서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등 관련 대책을 빠르게 적용하면 수요가 분산되며 그 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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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