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방위백서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 반복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일방적 결정
박진 방일 일정 끝나자마자 도발성 발표
외교부 규탄 성명 수위는 오히려 낮아져
일본 정부가 지난 22일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을 반복하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 계획을 정식 승인했다. 두 사안 모두 한국이 반발해온 것들이다. 이 결정이 박진 외교부 장관 방일 후 불과 이틀 만에 이뤄진 점이 주목된다.
일본 정부는 22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 주재로 열린 각의에서 2022년 방위백서를 채택했다. 백서는 북방 영토와 독도 영토 문제가 미해결 상태라고 적었다. 백서는 또 자위대 주요 부대 위치를 표시한 지도에서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했다.
같은 날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 계획을 정식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일본 도쿄전력은 오염수 방류를 위한 설비 공사를 시작한다. 일본은 해저 터널을 이용해 후쿠시마 원전에서 1㎞ 떨어진 앞바다에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이다.
두 사안 모두 한국 정부가 반대해온 것들이다. 이처럼 일본 측이 한국을 자극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한국 정부 대응 수위는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낮아졌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논평에서 "정부는 일본 정부가 22일 발표한 방위백서를 통해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일본 방위백서 발표 당시 최 대변인이 발표한 "부질없는 영유권 주장"과 차이가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 때 썼던 '부질없는 영유권 주장(futile territorial claims)'이라는 표현이 '부당한 영유권 주장(unjust sovereignty claims)'으로 바뀐 셈이다. 외교부가 낸 영문 보도자료를 보면 영유권이라는 표현 역시 영토 주장(territorial claims)에서 통치권 주장(sovereignty claims)으로 미세하게 바뀌었다.
일본 정부에 대한 경고 수준 역시 낮아졌다. 전임 정부에서는 "독도에 대한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엄중하고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임을 밝힌다(ROK government will respond strictly and firmly to any provocation over Dokdo)"며 엄중한(strictly)이라는 표현을 썼다.
반면 이번에는 "독도에 대한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임을 밝힌다(will respond firmly to any provocation over Dokdo)"고 표현해 '엄중한'이라는 문구가 삭제됐다.
같은 날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대응 관계부처 회의 역시 "일본과는 양자 소통·협의 채널 등을 통해 해양 방출의 잠재적 영향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는 한편 우리 측 자체 안전성 검토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 제공과 원전 오염수의 안전한 처리를 위한 책임 있는 대응을 지속 촉구할 계획"이라는 낮은 수위의 입장을 내놨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일본을 다녀온 지 이틀 만에 일본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내놓은 점이 주목된다.
박 장관은 지난 18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19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차례로 만나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박 장관 편에 보낸 구두 메시지를 통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사망에 대해 유가족과 일본 국민에 애도를 표하고 "(참의원 선거) 자민당 압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나토 정상회의 때 총리님과 여러 차례 조우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한일 양국 우호 협력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갈 수 있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장관은 지난 20일 일본 도쿄 현지에서 열린 한국 언론사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의 노력에 일본 정부도 성의 있게 대응할 용의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장관은 "한일 관계 변화의 신호탄이라고 봐도 좋다"며 향후 일본 정부 태도가 바뀔 것이라고 봤다.
이튿날인 21일 외교부 업무 보고에서도 일본 정부를 향한 손짓은 이어졌다. 박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보고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양국이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신뢰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교부는 그런 시각을 갖고 합리적 문제 해결을 모색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세부 내용을 소개했다.
이처럼 한국 정부가 연일 관계 개선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측이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을 되풀이하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승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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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