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근로계약 이미 끝났다면 구제신청 못해" 첫 판단

軍간부이발소 폐업으로 해고된 미용사
"부당해고다" 구제신청…엇갈린 1·2심
대법 "근로자 아니다…소송이익 없어"

이미 근로계약이 끝났다면 부당해고라는 게 입증돼도 복직할 수 없으므로 구제신청을 내지 못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4년부터 육군의 한 부대에 있는 간부이발소에서 미용사로 일했다. 해마다 계약을 갱신하던 A씨는 지난 2016년부터 무기계약직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군은 지난 2018년 간부이발소의 수익성이 악화해 폐쇄하기로 했다며 A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이에 A씨는 지방노동위와 중노위에 각각 구제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은 A씨가 소송을 통해 얻을 이익이 없다고 했다.

당초 A씨는 간부이발소 미용사로 일하기로 계약했으므로 이발소가 폐쇄됐다고 해서 다른 군사시설에서 일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1심은 "A씨가 다른 군사시설로 전보될 수 없을 뿐 아니라 간부이발소가 폐쇄됐으므로 부당해고라는 구제명령을 내려도 그 이행을 기대할 수 없다. A씨는 이 사건을 다툴 법률상 이익이 없다"며 각하 판결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해고의 무효 여부를 다퉈 얻을 이익이 있는 것으로 봤다.

만약 해고가 무효라면 A씨가 일을 하지 못하게 된 기간 동안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심은 A씨가 구제명령에 따른 이익이 있으므로 해고가 적법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미 근로계약이 끝났다면 구제명령으로 얻을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은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민사소송보다 더 신속하고 편리하게 구제받을 수 있도록 구제명령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위에 구제신청을 할 때 근로자의 신분이 아니라면 제도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특히 구제명령은 사용자에게 의무를 지우는 것이자 이행강제금과 형사처벌이 따르는 일종의 '침익적 행정처분'(상대의 권리·이익을 제한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이런 점에서 근로계약이 끝난 근로자에게 구제신청을 허용하면, 사용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행정법규를 적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20년 소송이 진행되던 중 정년을 넘기거나 계약만료 또는 폐업으로 복직이 어려워진 경우에는 받지 못한 임금 등을 이유로 소송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와 달리 A씨의 사례처럼 근로계약이 끝난 상태에선 구제신청이 불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정확히 간부이발소의 폐업과 A씨가 구제신청을 한 시기가 언제인지 심리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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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