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고 닦을 물도 아깝다"…가뭄에 말라붙은 보길도 식수난

부황제 저수량 8%대…이달 2일 급수·8일 단수
단수 조처로 주민들 생계 직격탄, 어려움 호소
어업 종사자, 씻지 못해 물질 작업량 줄어들어
민박, 손님에 단수 양해 어려워 개점휴업 상태

"씻고 닦을 물이 어딨소. 마실 물도 떨어질까 걱정이랑께."

4일 전남 완도군 보길도에서 25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김철수(76)씨는 건물 지하 물탱크(80t 규모)에 저장된 생활용수를 보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단수 이후 생활용수 3t가량이 떨어진 것을 본 김씨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그는 이내 "앞으로 (단수가) 한참 남았을 텐데"라고 하소연했다.

보길도에서 나고 자란 김씨는 올해처럼 가뭄이 극심한 경우는 드물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유례없는 장기간 단수로 물탱크 바닥이 드러날까 우려한다.

특히 요식업의 경우 요리는 물론 청소, 직원들이 입는 옷감의 빨래, 설거지 등 물 쓸 일이 많은 탓에 아끼고 싶은 만큼 아낄 수도 없다.


김씨는 "겨울부터 봄까지 이르는 가뭄은 통상 있는 일이지만 여름 마른 장마에서부터 길게 이어지는 가뭄은 드문 일"이라며 "약 20년 전에는 12일 단수 조처가 내려진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이렇게 장기간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날씨가 이렇다 보니 단수 기간이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며 "저수지를 하나 더 짓거나 인근 장흥군 탐진강 물을 수중관으로 길어오는 등 다른 방법들이 있을 텐데 실현된 것은 없어 피해가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보길도 내 간헐적 단수 조처는 지난 3월 10일을 기점(2일 급수·4일 단수)으로 현재까지 148일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겨울 가뭄이 올여름 마른장마까지 이어지면서 보길도와 인근 노화도 주민 7000여 명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부황제의 저수율이 바닥을 보이면서다. 지난 7월까지 완도의 강수량은 453㎜로 평년 대비 약 56%에 불과하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제5호 태풍 송다와 제6호 태풍 트라세의 영향으로 72㎜의 비가 더 내렸지만, 해갈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단수 조치는 이달 들어 '2일 급수·8일 단수'로 격상됐다. 이날 기준 부황제의 저수율은 총저수량 42만 5000t의 8.56%에 불과한 3만 6000t뿐이다. 이는 주민들의 약 15일 치 사용량에 불과하다.


단수 조처는 생계의 지장으로 이어졌다. 보길도 내 정동마을에서 물질로 생계를 이어온 김정미(60·여)씨는 제대로 씻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작업량이 줄었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바닷속에서 다시마나 전복을 채취하는 작업 특성상 뭍으로 나오면 피부가 가렵고 따가워 곧장 몸을 씻어야 한다"며 "그러나 최근 단수로 물을 아끼고 있는 까닭에 몸을 자주 씻지 못하게 되니 바닷속에 들어가는 횟수도 자연스럽게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단수 조치가 결과적으로 생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 가지고 있는 5t 물탱크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생수병 등 급수 조치라도 정기적으로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근 선창마을에서 민박을 운영해온 장영길(64)씨는 지난 5월부터 개점 휴업 중이다. 숙박하러 온 손님들에게 차마 물을 아껴달라고 말하기 어려운 탓에 민박 운영을 잠시 멈추고 인근 전복 양식장에서 일을 돕고 있다.

장씨는 "단수 시작 초기에는 5t 물탱크 하나로 객실과 자택까지 활용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가족이 쓸 물도 부족해져 부득이한 예약이 아니고서야 민박을 받지 않고 있다"며 "그저 비가 간절하다"고 푸념했다.

한편, 김영록 전남지사는 이날 오전 부황제를 방문하고 완도군 내 가뭄 현장을 점검했다. 현장에서는 급수 차량 운반비 지원 등 해갈 대책이 건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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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곡성 / 양성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