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폭행 혐의 간병인 무죄 확정..."뇌수술 후 섬망 증세로 착각"

환자 폭행한 혐의로 재판받은 간병인
1심, 징역형 집유…2심서 무죄로 반전
"뇌수술 후 섬망 증세로 착각했을 것"

 뇌수술을 받아 인지기능 저하 증세를 보이던 환자의 착각으로 신고를 당한 간병인이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년 B씨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씨는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였으며, A씨는 그의 간병인이었다.

A씨는 B씨의 가족들이 먹을 것을 사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정용 장갑(환자의 움직임을 제한하기 위한 장갑)으로 B씨의 손을 침대에 묶은 뒤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A씨는 간병인임에도 뇌수술 후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고령의 B씨를 특별한 이유도 없이 폭행했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B씨를 폭행한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의 폭행 혐의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것은 같은 병실에 입원한 다른 환자의 가족이 촬영한 동영상 때문이었다.

당시 B씨의 자녀는 다른 환자 가족이 촬영한 영상을 받았는데, 해당 영상에는 A씨가 흐느끼며 '사람 좀 살려줘요'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2심은 동영상에서 B씨의 목소리만 들릴 뿐, A씨가 폭행하는 장면은 촬영돼 있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2심은 B씨가 '섬망' 증세로 당시 상황을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섬망이란 뇌수술을 받은 고령의 노인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기능장애로 인지기능 저하 등을 특징으로 한다.

B씨의 경우 당시 79세의 고령이었으며 수술 후 섬망 증상이 있었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었다. 게다가 의료진은 B씨가 잠을 자는 동안 수술 부위 등을 만지지 못하도록 고정용 장갑으로 팔목을 묶어놨다고 한다.

즉 B씨가 고정용 장갑으로 불편함을 느껴 몸부림을 치자 간병인인 A씨가 이를 말렸고, 섬망 증상으로 A씨가 자신을 묶어놓고 폭행한다고 착각했을 수 있다는 것이 2심의 판단이었다.

이 밖에 2심은 당시 병실에 4명의 사람이 있었고 불이 켜져 있던 점, B씨의 몸에 외상이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