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130곳 '노동이사' 뽑는다…노조 목소리 커질까

공기업·준정부기관, 공운법 따라 노동이사제 도입
올해 하반기 임추위 구성 시점부터 적용될 듯
노동계 "사측 거수기 역할…제도 무력화 가능성"
재계 우려도…공공 부문서 일반기업 확대 주시

 앞으로 공공기관들은 근로자 대표 1명을 포함해 이사회를 꾸려야 한다. 노동이사제 도입에 따라 노조가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이전보다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4일부터 시행됐다.

이번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공기업·준정부기관은 근로자 대표 1명을 비상임이사(노동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노동이사는 3년 이상 소속 기관에 근무해야 하고 근로자 대표 추천을 받거나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얻으면 된다. 임기는 2년이며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다.

선임된 이후에는 이사회에 참석해 주요 안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의사 결정 과정에서 참여할 수 있다. 노조가 기업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는 공기업 설립 취지에 맞춰 공공 목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공공기관 임원 구성이 사측으로 치우쳐져 있어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당초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이전 정부에서는 여야 의견이 갈리면서 지지부진한 협의 과정을 거쳐왔다. 새 정부 들어 윤석열 대통령이 도입에 긍정적인 의사를 밝히면서 입법 논의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파악된다.

구체적으로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 36곳과 준정부기관 94곳을 더해 130곳이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게 된다. 이외에 예금보험공사, 한국자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일부 금융 공공기관도 포함된다.

해당 기관들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하는 시점부터 노동이사제를 시행하게 된다.

과반수 노조가 있는 경우 노조 대표가 2명 이내 후보자를 임추위에 추천하고,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과반수 동의를 얻은 2명 이내 후보자를 추천하는 식이다. 이후 임추위 추천 절차를 거쳐 노동이사 1명을 뽑게 된다.

전체 공기업 수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에너지공기업들도 노동이사제 도입 준비에 한창이다.

한전 관계자는 "비상임이사의 임기를 고려하면 (노동이사 선임을 위한) 임추위 구성은 올해 말쯤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남부발전 관계자는 "공운법에 따라 정관, 이사회 규정, 임추위 운영 규정 등을 개정했다"며 "이달 임추위를 구성하고 후보자를 결정한 이후 공운위로 넘길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남동발전 관계자는 "지난 4일 자로 정관 개정이 이뤄졌고 다음 주 중 임추위를 구성할 것"이라며 "기재부의 임원 선임 절차에 맞춰 진행하고, 비상임이사 2명의 임기가 오는 10월 끝나면 노동이사를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는 노동이사가 사측의 거수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운법에 노동이사로 임명되면 노조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탓이다. 또한 노동이사는 임추위 위원이 될 수 없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노동이사제 시행 전 자료를 내고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노동이사 노조를 탈퇴하도록 강제한다면 그 지위가 불명확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직원과 임원의 이중적 지위를 통해 유효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행해야 할 노동이사가 오히려 양쪽 지위의 어느 한쪽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에 모두 권한을 제한당해 사실상 제도가 무력화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재계의 우려도 있다. 이번 공공 부문의 결정이 일반기업으로 확대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올해 단체교섭 예상 쟁점으로 노동이사제를 꼽은 바 있다.

경총은 지난 4월 발간한 '2022 단체교섭 체크포인트'에서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에서 노동이사를 선임할 경우에도 노동이사에 관한 사항은 단체교섭에서 논의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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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