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김만배 씨가 대장동 개발사업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는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직 당선을 먼저 도와주자고 했으며, 김씨의 도움이 없었으면 시의장이 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진술이 나왔다.

정역학 변호사는 9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열린 부정처사후수뢰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의장의 공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정 회계사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불구속기소 된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이날 법정에 나와 "(최 전 의장이) 당내 경선에 떨어진 뒤 김씨가 본인이 이렇게 하면 최윤길 의원을 의장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어떤지를 물어왔다"고 증언했다.

이에 검찰이 "김씨는 본인이 제안한 게 아닌 남욱과 증인의 요청에 따라 의장 선출을 도왔다고 했다"며 재차 확인하자 정 회계사는 "제 기억에는 김씨가 먼저 방법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전 회계사라 정치적인 것은 잘 모르고 남욱도 신참 변호사라 시 의장 선정하는 절차 등은 둘 다 모르는 상황이었다"면서 "김씨가 먼저 민주당 쪽에서 표를 주면 될 것 같다고 얘기하며 (시 의장으로) 만들어주면 어떻겠냐고 물어와 동의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또 "김씨가 활동하지 않았으면 최 전 의장이 시 의장이 될 수 있었겠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는 "최 전 의장이 민주당하고도 사이가 좋지 않고, 이재명 시장하고도 사이가 좋지 않아 안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씨 측 변호인은 "당시 성남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어차피 의장이 될 수 없는 상황에서 당의 이익을 고려해 최 전 의장을 선출하기로 한 것이라고 증언했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도 민주당 대표의원을 만나 선출을 부탁했다고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증인은 당시 김만배씨가 최 전 의장을 시 의장으로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묻자 정 회계사는 "단정하진 않고 제가 그렇게 생각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최 전 의장은 2012년 3월 화천대유 실질 운영자인 김씨로부터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켜달라’는 청탁을 받고 주민 동원 등 부정한 행위를 통해 조례 통과를 도운 혐의로 지난 2월 구속기소 됐다.

그는 이 과정에서 주민 수십 명을 동원해 시의회 회의장 밖에서 조례안 통과를 위한 시위를 하도록 주도하는 등 부정한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해당 조례안 관련 전자투표 집계 결과, 의결정족수 미달로 안건이 부결됐음에도 투표 기계가 고장 났다고 허위 주장을 하면서 거수방식으로 재투표를 진행해 ‘일사부재의’ 등 표결 원칙에 반해 조례안을 통과시킨 혐의도 있다.

최 전 의장은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 2021년 2월께 화천대유 부회장으로 채용되면서 40억원의 성과급과 연봉 8400만원 지급 약속을 받고 같은 해 11월까지 급여 등 명목으로 8000만원을 수령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현재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최 전 의장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같이 기소된 김씨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는 것과 별도로 수원지법에서도 재판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