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위법 판결에도 정보공개 또 거부한 검찰

검찰이 내부 행정규칙과 정보공개법 일부 조항을 근거로 사건관계인의 수사 기록 열람·등사 요청을 거부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검찰이 행정 편의주의만 내세워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박현 부장판사)는 A씨가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을 상대로 낸 불기소 사건기록 등 열람·등사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3월 B·C·D씨를 무고·모해위증 등 혐의로 고소했으나 B·C·D씨가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혐의 없음)을 받자 검찰에 사건기록 열람·등사 신청을 했다. A씨는 자신을 성폭력 범죄로 고소했던 B·C·D씨가 관련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했다는 주장을 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옛 정보공개법, 검찰 보존 사무 규칙, 수사 준칙에 관한 규정을 들어 기록 열람·등사를 거부했다.

검찰은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생명·신체의 안전이나 생활의 평온을 해칠 우려가 있다. 비밀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 수사 방법의 기밀이 누설되는 등 범죄의 예방, 수사, 공소의 제기·유지 또는 재판에 관한 직무 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등의 규정·규칙을 비공개 이유로 들었다.

A씨는 검찰의 사건기록 비공개 처분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가 열람·등사를 요구했던 사건기록(송치 의견서·증인신문조서 등)이 수사기관의 직무 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사생활 또는 내밀한 영역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봤다.

공개해도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정보공개법이 정하는 비공개 사유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 처리 준칙에 불과한 검찰 보존 사무 규칙이 정보 비공개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구체적인 수사 기법·수사기관 내부의 판단 과정을 포함하는 정보, 성폭력 피해 사실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 개인 정보 등이 담긴 일부 기록은 비공개 대상 정보라고 봤다.

재판부는 "일부 개인 정보·사생활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고 이를 공개해도 사건 관계인의 비밀·자유 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사건기록 열람·등사 거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 사이 광주지검(지청 포함)은 사건 기록에 대한 열람·등사와 수사기록 목록 정보 공개를 검찰 보존 사무 규칙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법원의 위법 판결을 8차례 받은 바 있다.

검찰이 법적 효력 없는 행정 규칙 등만 앞세워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어 무신경하고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수사·행정을 펼치고 사무 규칙 개정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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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무안 / 김중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