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운영, 국무·정부위원 불출석 등 계속 신경전
여 "정청래 독단 운영" vs 야 "여당 회의 불참한 탓"
소위 구성 안건 처리 도중 국민의힘 의원들 결국 퇴장
소위 안건 민주당 일방 가결…국민의힘 간사 선임은 또 불발
여야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파행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의 상임위 운영방식을 문제삼았고, 민주당은 적법 절차에 따라 운영 중인데 국민의힘이 일방적으로 회의에 불참해서 빚어진 일이라며 맞서는 상황이다.
과방위는 18일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정청래 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폭주하면서 대치가 이어졌다.
과방위를 둘러싼 여야 대치는 지난달 27일 전체회의부터 시작됐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27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상태에서 회의를 열어 민주당 간사만 선출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로 내정됐지만 지난 첫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공식적으로 선임되지는 않은 박성중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정청래 위원장이 어제 과방위 열차는 정시에 출발한다는 얘기를 했다. 마치 국민의힘이 열차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걸로 들린다.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정 위원장은 과방위 파행과 관련해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고 저에게 모든 잘못을 전가하고 있다"며 정 위원장이 지난달 22일 문자를 보냈고, 이후 연락을 몇 번 주고 받은 것 외에는 일정 협의가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이에 정 위원장은 "첫 회의는 간사가 없기 때문에 위원장이 진행할 수밖에 없다. 정식 선임 안됐지만 내정됐기에 제가 위원장으로 선출된 날 박성중 의원에게 문자를 보냈고, 이후 연락에서 언제 보자고 한 뒤 기다렸다. 안와서 연락했더니 한의원에 있다고 하고는 안 왔다"고 했다.
이어 "첫 회의는 열어야 간사를 선임할 것 아닌가. 그래서 상견례 후 간사 선임을 위해 회의를 열었다. 국민의힘은 불참했고, 그래서 조승래 민주당 간사만 선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 위원장의 회의 진행을 두고 여당의 불만이 폭주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소위원회 구성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의 2021회계연도 결산과 예비비지출 승인 등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정 위원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방송통신위원회 안영환 상임위원이 회의에 불참한 것을 파악한 뒤 "국회 의무 규정상 이달 31일까지 결산을 마치도록 되어있어서 과방위 결산심사를 신속하게 해야한다"며 "과기부 장관이 불출석했는데 상임위에서 의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 앞으로 정부위원 출석의 건은 건건이 모두 의결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의 불출석으로 인해 결산 심사가 어려워졌다"며 국무위원 및 정부위원 출석 요구의 건을 의사일정으로 상정, 의결한 뒤 당사자들에게 오전 11시30분까지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은 이러한 진행에 "국민을 살피는데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일정을 협의한 다음 필요한 사람을 부르는 것이지 협의도 안했는데 부르면 비정상적"이라며 "일방적, 독단적으로 회의를 진행할 것 같으면 저희(국민의힘 의원들)를 오라고 할 이유가 뭐가 있나"라고 말했다.
같은당 허은아 의원은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식의 상임위가 진행이 될까 의문"이라며 "지금 보면 민주당스러운 꼼수 소통이자 수박 소통이다. 겉과 속이 너무 다르다. 야당되자마자 여당에 협치 얘기하더니 상임위에선 유례없이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내로남불 그만하고 소통 제대로 하고, 사과해달라"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간사가 선임되기 전에는 회의 소집을 위원장이 하는거 아닌가. 박성중 의원은 간사 내정이지 확정된 게 아니다. 첫 회의를 위원장이 소집한 걸로 왜 뭐라고 하나. 또 박성중 의원은 첫 회의때 개인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또 "상임위에 장관이 참석하는 부분에 있어서 사전에 다 물어보고 협의해서 한 적이 있었나. 앞으로 위원장이 제시한 것처럼 반드시 의결을 통해서 참석여부를 결정해주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영주 의원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건 국민의힘이다. 우리가 다수 횡포로 의결하거나, 방탄하거나 하면 안 나와도 이해되는데 위원장이 소집해서 민주당 의원들은 나왔는데 그 시간 박성중 의원은 회관에서 토론회하고 있었고, 권성도 의원도 가서 축사하고 그래서 상임위를 파행으로 몬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무소석 박완주 의원, 변재일 민주당 의원의 중재로 회의가 10여분간 정회 후 속개됐지만 양당 신경전은 계속 이어졌다.
소위원회 구성 안건 처리 중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지금 우리 간사는 내정도 안 됐다. 소위원회 위원장을 선정할 때 토론하고, 의사 결정하는 게 원래 진행 방식인데 일방적으로 올려놓고, 지명하고, 표결을 붙이고 있다. 다수인 야당 입장으로 모든 걸 진행하겠다면 소수 여당이 있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에 정 위원장은 "소위 구성은 물리적으로 오늘 안 하면 안 된다. 그리고 다른 상임위는 이미 소위 구성을 끝냈다. 소위 구성을 해야 결산을 할 것 아닌가"라며 우선 처리한 뒤 긴급 안건으로 박성중 의원 간사 선임 안건을 상정하겠다며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은 발언을 이어가며 간사 선임 건부터 처리해야 한다고 했고 정 위원장은 이미 상정된 소위 안건을 중단하고 다른 안건을 상정하는 경우가 있냐며 맞섰다.
회의장에서는 박성중 의원, 허은아 의원, 김영식 의원들의 고성과 야유가 쏟아졌다.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장을 퇴장 떠났다.
결국 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소위원회, 정보통신법안심사소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청원심사소위원회 등 4개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장을 조승래 민주당 의원으로, 예산결산심사소위원장을 정필모 민주당 의원으로 선임하는 안은 민주당 의원들만 남은 상황에서 가결됐다.
정 위원장은 이어 국민의힘 간사 선임의 건을 긴급 상정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 일부가 퇴장했고 박성중 의원 본인도 없어 처리하지 못하게 됐다. 양당 간 갈등과 대치가 이어지면서 이날 오후 2시 속개 예정인 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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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