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장관·중기중앙회, 현장애로 해소 논의
구인난 해소·판로 등 중소기업 현안 23건 전달
이영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과 중소기업계가 만나 납품단가·뿌리기업 등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고질적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중소기업계는 18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 5층 회의실에서 열린 '중소기업인과의 대화'에서 현안 과제 23건을 중기부에 전달했다. 납품단가 연동제의 조속한 법제화와 뿌리기업 지원 확대, 구인난 해소, 판로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중기부가 8월부터 납품단가 연동제를 시범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문제는 2008년부터 시작됐고 그동안 시도는 많이 해봤지만 결실이 없었다"며 "이번에야말로 납품단가 연동제가 제대로 정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지난 2·4월 시멘트 가격이 10% 올랐는데 건설회사에 반영된 시점은 5월부터로 (실제)올라간 가격보다 낮게 반영됐다. 그런데 9월에도 11.10%가 오른다고 한다"며 "돈을 줬는데 물건을 주지 않고 있어 분명한 불공정행위다. 이번에 해결되지 않으면 폐업신고를 하거나 휴업신고를 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이에 대해 "불공정거래의 두 가지는 제 값을 받지 못하는 것과 지적재산권을 오롯이 소유하지 못하는 기술탈취 문제가 있다"며 "제값받기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긴 호흡으로 가면서 조금이라도 제도를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자재가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중개자의 교란에 당하는 경우도 있어 관련 방지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용문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뿌리기업 3만개사가 만들어내는 매출액은 152조원, 근로자수는 55만명에 달하지만 최근 수주감소 및 물가급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맞이했다"며 "뿌리산업 전용 정책자금 신설과 중기부 지원사업에 뿌리기업 가점 부여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뿌리산업은 중점 지원 분야에 포함돼 있어 평가 과정에서 이미 가점을 받고 있으며, 전체 정책자금에서 뿌리산업 지원 금액은 올해 상반기 23%를 차지했다"며 "전용 정책자금이 신설될 경우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기에 현재처럼 많은 비중을 차지할 수 있을지 잘 따져봐야 한다. 금리는 연말까지 잘 검토해서 최대한 우대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우수 중소기업의 청년고용 지원 요청도 나왔다. 박평재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참 괜찮은 중소기업'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채용 기업과 청년에 각각 지원금을 지급하고 지역마다 채용박람회를 추진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김해시가 참 괜찮은 기업에 대해 혜택을 주고 있는 사례가 타 지역으로도 확산되도록 지방자치단체(지자체)들과 협의하겠다. 채용 연계 사업과 박람회 관련 내년도 예산 반영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중기부에 중소유통물류센터 승인 권한을 재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송유경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은 "중소유통 공동구매 물류센터의 관리 주체가 지자체로 이관되면서 역량에 따라 운영이 잘 되지 않는 곳이 있다"며 "경쟁력을 갖추도록 중기부에서 승인과 예산 권한을 총괄하고 국비 예산을 확보해준다면 모범적 물류센터를 만드는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다시 중기부에 이관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우려하는 부분이 정상화 되도록 지자체와 지방중기청을 통해 관련 사안들을 직접 챙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공동행위 허용 기준 명확화와 인정범위 확대에 대한 건의도 나왔다. 나동명 한국전시행사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소기업 협동조합이 공동 사업하기 위해 태어난 제도인데 현행법에는 담합행위로 취급하고 공동판매를 못하도록 막고 있다"며 "공동판매 한다든지, 공대 가격 결정한다는지 하는 행위들에 대해 중소기업 행정법 개정을 해서 폭넓게 인정해줘야 한다"고 건의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전체는 아니더라도 대기업과의 거래단가의 경우에 한해 관련 내용 개정이 진행 중이다. 법안이 통과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채널 승인' 건의에 대해 중기부 측은 "T커머스 요건을 검토하면서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니 과당 경쟁의 문제가 있으며, 기존 업체들도 70% 이상이 중소기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소기업 판로 확보라는 대의를 위해 신규 채널을 승인하는 것이 얼마나 실익이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증제품에 대한 직접생산확인 실태조사 중복부담' 건의에 대해서는 "문제 의식은 공감하지만 실태조사 입증에 대해 사회적 공신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낙찰하한율 보장' 건의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조합추천 수의계약 명칭변경' 건의에 대해 "명칭 변경이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 같지 않다"는 중기부 의견에 김 회장은 "대·중소기업들이 공공조달 시장에서 사고가 나면 수의계약 특혜를 줬다고 하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잘 살펴봐달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계는 서면으로도 ▲외국인력 도입제도 개편 ▲자동차정비업 전문직 외국인 기술인력 고용확대 ▲아케이드 게임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 강화 ▲생계형 적합업종제도 개선 ▲중소기업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실질지원 확대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 신청요건 삭제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추가지정 정례화 등을 건의했다.
▲일률적인 직접생산확인 취소처분 개선 ▲통합전산망 구축을 통한 중소유통 경쟁력 강화 ▲스마트공장 사업 참여 중소기업의 현금부담금 비율 완화 ▲중소기업 협동조합의 사단법인 흡수합병 근거 마련 ▲공동사업지원자금 출연 대기업에 동반성장지수 가점 부여 ▲외국인근로자 사업장 변경 최소화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의 건의도 나왔다.
이 장관은 "20년간 (사업을 하면서)제 값을 받아보고 싶었는데 반 값도 받기 힘들었다"며 "협회장, 국회의원을 할 때도 못 받아냈지만 장관이 돼서 받아낼 수 있도록 중기부 내에서 아젠다로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또 "이달 말 소상공인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내달 벤처·중소기업 대책을 발표하겠다"며 "중기부가 전진한 부분에 대해선 후퇴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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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